노조가 의회 출입구 막자 장소 옮겨 체육관서 이례적 심의·표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멕시코 대통령의 제안으로 집권당에서 추진한 판사 직선제 도입안이 사법부 구성원의 강한 반발과 미국·캐나다 등 주변국 우려 속에 하원을 통과했다.
멕시코 하원은 밤샘 토의와 새벽 표결을 통해 찬성 359표·반대 135표·기권 0표로 사법부와 관련된 여러 조항을 수정·폐지하는 법안을 가결 처리했다고 4일(현지시간) 밝혔다.
사법부 개혁안 골자는 7천여명의 법관(대법관 포함)을 국민 투표로 선출하는 판사 직선제 도입, 대법관 수를 11명에서 9명으로 축소, 대법관 임기 단축(15→12년), 전원합의체만 구성, 대통령 급여 상한선 초과 금지 등이다.
멕시코 하원은 보도자료에서 "판사 직선의 경우 선출 절차를 선거관리위원회에서 관장하도록 했다"며 "판결 기한(6개월) 미준수 시 징계 심사 재판소에 해당 법관을 통보하는 안도 담겼다"고 설명했다.
동맹 정당과 함께 하원 절대다수 의석(500석 중 364석)을 확보한 멕시코 여당은 지난 1일 개원 후 사흘 만에 속전속결로 사법부 개편안을 처리했다.
관련 법안은 이제 상원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멕시코 하원은 관련 논의와 표결 절차를 산라사로(하원) 본회의장이 아닌 멕시코시티 내 한 체육관에서 진행하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했다.
이는 사법부 노조가 사법 개혁안 처리 저지를 위해 하원의 출입구를 봉쇄하자 이를 피해서 내린 조치로, 여당 하원 원내대표는 전날 "합법적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관을 비롯한 판사들부터 법학부 학생들까지 업무 중단과 도로 점거 등으로 강하게 저항했지만, 거대 여당의 의지를 꺾지는 못했다고 현지 일간 레포르마는 전했다.
사법부 개혁안 도입을 주도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업무 중단 결정을 한 대법관들을 비판하며 "필사적으로 간섭하려는 것으로, 그들이 특권을 옹호하려는 건 알겠지만 용납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변국의 비판적 반응도 이어졌다.
멕시코와 함께 역내 무역 협정을 맺고 있는 미국과 캐나다는 앞서 판사 직선제 등에 대해 입법·행정부 견제력 상실로 "투자환경이 악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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