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 휴전 논의 시작"…軍철수 여지 두면서도 "무기밀수 방지 안될듯"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4일(현지시간) 가자지구와 이집트 국경 완충지대로 휴전 협상의 쟁점인 '필라델피 회랑'이 통제돼야 한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을 방안이 있다는 전제 하에 자국군을 철수할 여지를 두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현지 매체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영어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인질 석방을 원한다면 필라델피 회랑을 붙들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지구가 여전히 허술한 상태여서 필라델피 회랑을 통해 가자가 재무장될 수 있다면 가자에는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안이라며 공개한 3단계 휴전안을 언급하며 1단계에서는 군 철수가 논의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3단계 휴전안은 ▲ 가자지구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1단계) ▲ 생존 인질 전원을 교환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철수(2단계) ▲ 가자지구 재건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3단계)이 골자다. 하마스는 휴전 협상 타결시 이스라엘군이 즉각 가자지구에서 모든 병력을 철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네타냐후 총리는 "(미국과) 영구적인 휴전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휴전 2단계에서 논의될 영구 휴전의 범위 내에서 군을 철수시키는 데에 동의시킬 수 있다는 뜻이라고 예루살렘포스트는 해석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병력 철수 가능성에 대해 "고려할 의향이 있지만, 그렇게 (무기 밀수 방지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그것이 현실화하기 전까지 우리는 그곳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구 휴전 조건에는 필라델피 회랑이 뚫리지 않을 것이라는 조건이 포함돼야 한다"며 "누구라도 종이에 적힌 것이 아니라, 말이 아니라, 슬라이드가 아니라, 현장에서 매일, 매주, 매달 (무기 밀수가) 재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매체는 네타냐후 총리가 필라델피 회랑의 통제 주체가 이스라엘이어야 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날 앞서 이스라엘 공영방송 칸 등의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휴전 2단계에 이를 경우 필라델피 회랑에 주둔 중인 병력을 완전히 물리는 방안을 여전히 지지한다고 휴전 협상 중재국에 최근 밝혔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이런 보도를 곧바로 부인하지는 않았으나 "안보 내각이 휴전 2단계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9일 밤 이스라엘 안보내각은 네타냐후 총리가 강행한 표결에서 필라델피 회랑에 병력을 유지하는 방안을 가결했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 결정이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며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졌다.
지난달 31일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땅굴에서 자국인 인질 6명의 시신을 발견한 사실이 알려지자 이스라엘에서는 휴전 및 인질석방 협상을 촉구하는 대규모 시위와 파업 등이 이어지며 네타냐후 총리를 향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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