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상반된 메시지에 휴전협상 혼란…고도의 정치 계산?

입력 2024-09-05 11:39   수정 2024-09-05 11:47

네타냐후 상반된 메시지에 휴전협상 혼란…고도의 정치 계산?
"일반 대중·극우 연정 파트너 안심시키려는 의도" 관측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 협상의 최대 쟁점인 '필라델피 회랑' 주둔 이스라엘군 철수 문제에 대해 상반된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협상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가 4일(현지시간)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와 이집트 사이 국경 완충지대인 '필라델피 회랑'에서 이스라엘군을 철수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거듭 밝혀왔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이스라엘 협상팀이 협상 중재국에 단계별 휴전안의 일부로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할 의사가 있다고 밝혀 중재국들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필라델피 회랑'은 이스라엘을 거치지 않고 육로로 가자 외부와 연결되는 유일한 경로로, 이집트가 통제하고 있었으나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이 통로를 이용해 무기를 밀반입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지난 5월 이곳을 장악해 통제하고 있다.
이곳에서의 이스라엘군 철수는 하마스의 핵심 요구 사항 중 하나지만 군 주둔 고수가 이스라엘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은 지난 2일 협상 중재국인 미국, 카타르, 이집트 측에 이스라엘은 3단계 휴전안의 2단계에서 필라델피 회랑에서 철군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고 익명의 소식통들이 WP에 전했다.
지난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의 안이라며 공개한 단계별 휴전안은 ▲ 가자지구의 모든 인구 밀집 지역에서 이스라엘군 철수(1단계) ▲ 생존 인질 전원을 교환하고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전역에서 철수(2단계) ▲ 가자지구 재건과 사망한 인질 시신 송환(3단계)이 골자다.
바르니아 국장의 메시지는 협상에 긍정적 신호로 여겨졌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온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으로 돌파구 마련에 대한 희망은 이내 부서져 버렸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바르니아 국장이 카타르의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타니 총리와 만나 이 같은 타협 의사를 전한 지 불과 몇시간만인 같은 날 저녁 네타냐후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필라델피 회랑'에 군을 주둔시키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데 이어 4일에도 그 통제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의 무기 밀수를 막을 방안이 있다는 전제 하에 자국군을 철수할 여지를 두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럴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휴전 협상에 대해 잘 아는 한 당국자는 네타냐후 총리가 협상팀과 이스라엘 대중에게 다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WP는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의 연설과 바르니아 국장이 비공개적으로 전달한 입장 간 차이는 수십년간 이스라엘 정치를 장악해온 노련한 정치인의 맞춤형 메시지의 수준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선거운동 컨설턴트인 달리아 셰인들린은 네타냐후 총리가 공개적으로 말한 것과 다른 행동을 자주 한다면서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을 해결하는 노력의 진전을 막기 위해 이 같은 이러한 전략을 써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는 네타냐후의 의사 결정에 대한 서로 전혀 다른 정보 가운데서도 가장 극단적인 사례"라면서 "평소와는 다르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민주주의협회의 대표 요하난 플레즈너는 지난 2일 네타냐후 총리의 기자회견은 아마도 이스라엘 대중과 그가 정치적 기반을 이루고 있는 극우층을 안심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플레즈너는 네타냐후 총리는 "능란한 정치인"이라면서 그러한 정치인은 책략을 쓸 줄 안다면서도 이번 휴전 협상과 관련해 공개적인 입장과 중재국에 전달된 입장 간 차이는 네타냐후 총리의 기준에서 본다고 해도 보기 드문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이스라엘 당국자는 "내부 메시지와 외부 메시지가 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면서 "일부 당국자들은 만약 합의가 있더라도 1단계를 넘어설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협상 타결과 인질 석방을 원하는 성난 시민들과 휴전 합의에 반대하며 정부를 무너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는 극우 연정 파트너 사이에서 큰 정치적 압박을 받고 있다.
k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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