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반포124주구 현장서 레미콘 직접 제조·조달한다

입력 2024-09-09 06:00  

현대건설, 반포124주구 현장서 레미콘 직접 제조·조달한다
민간 정비사업장 첫 레미콘 생산설비 설치…품질 개선·교통체증 방지 효과 기대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서울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124주구 시공사인 현대건설[000720]이 공사장 부지 내 레미콘 제조 공장을 설치한다.
해당 단지 부근의 교통난 등으로 입주민 안전과 직결되는 '레미콘 제조 후 90분 내 타설'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아예 현장에서 레미콘을 만들어 사용하기로 한 것이다.
9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반포주공 124주구 건설현장에 '배치 플랜트'(Batch Plant·BP)를 설치·운영하기로 하고 구청 등 관계 기관과 환경 추가 개선안을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배치 플랜트는 시멘트에 모래, 자갈 등의 재료를 조합해 레미콘을 만드는 설비다.
서울시내에서도 지하도로 건설 현장 등에 BP를 설치한 사례가 있으나, 민간 정비사업 현장에서는 처음이다.
현대건설이 반포124주구에 BP를 설치하기로 한 것은 5천여가구를 짓는 초대형 현장인 데다,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는 현장 특성상 레미콘을 90분 이내 조달하기 어렵다고 판단해서다.
레미콘은 90분 이내 타설을 못하면 굳어서 사용하지 못하는 특성이 있다.
굳어가는 레미콘을 사용하면 시공 품질이 크게 떨어져 안전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레미콘 불량은 최근 잇따른 아파트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레미콘 타설 가능 시간을 늘리기 위해 '응결 지연제'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경우 타설 이후 굳는 시간도 늘어나면서 구조상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반포 124주구 주변은 교통량이 많아 상시 도로 정체가 발생하는 구간이어서 수도권 레미콘 제조 현장에서 공사 현장까지 제 시간에 조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 현대건설의 판단이다.
현재 서울에 레미콘 공장은 풍납동 1곳에만 남아있어 대부분을 지방에서 조달하고 있다.
레미콘 운송 차량이 몰리면서 주변 교통체증이 더 극심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BP를 설치키로 한 이유다.
해당 현장의 경우 레미콘 수요가 많을 때는 하루 8천㎥가 필요하나 레미콘 운송 차량 한대가 운반할 수 있는 양은 6㎥에 불과하다. 많을 때는 하루에 1천300여대의 차량이 현장을 드나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BP 설치 시 약 300억원의 비용 발생이 예상되나 현대건설은 건설공사 품질 관리 업무 지침을 토대로 설치키로 하고 레미콘 업체도 선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BP를 설치해 현장에서 레미콘을 만들 경우 타설 시간 내 작업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원활한 공급을 통해 공사 기간이 늘어나는 상황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시멘트 공급 부족과 레미콘 운송기사 파업 등으로 최근 수년간 건설현장에서는 준공 지연 사례가 잇따랐다.
현대건설은 나아가 BP 설치 시 외관을 밀폐형으로 만들고 가설방음벽 등도 설치해 미관과 함께 소음 등의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막겠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환경기준을 모두 충족했지만 혹시 모를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역 관계자들과 계속 개선안을 모색 중"이라며 "주변에 공사 중인 반포 1단지 3주구가 입주하기 전에는 BP를 철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luc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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