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분간 경제·이민·생식권·외교 등 정책서 치열한 공방 예상
(워싱턴=연합뉴스) 김동현 특파원 = 미국 대선에서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격돌한다.
두 후보는 이날 오후 9시(한국시간 11일 오전 10시)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열리는 ABC뉴스 주관 대선 토론에서 1시간30분 동안 맞붙는다.
선거일을 8주(56일)3 남기고 열리는 이번 토론은 초박빙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많다.
두 후보는 아직 지지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부동층을 설득하기 위해 경제, 이민, 생식권, 범죄, 외교 정책 등을 두고 양보 없는 설전을 벌일 전망이다.
경제와 물가는 유권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고, 바이든 행정부가 낮은 점수를 받는 현안이라는 점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맹공격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고물가를 바이든 행정부의 청정에너지 확대 정책 등의 탓으로 돌리면서 석유와 천연가스를 더 채굴해 에너지 비용을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중산층의 물가 부담을 줄이기 위한 각종 경제 공약을 제시하며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부자와 자기 자신만 챙긴다고 비판해왔다.
불법 이민 문제도 해리스 부통령이 수세적일 수밖에 없는 분야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과 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완성하고, 역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입국자 추방을 단행하겠다고 공약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한 국경 강화 법안을 공화당이 거부했다고 맞받아치면서 대통령이 되면 불법 입국을 차단하고 합법적인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언론은 해리스 부통령이 자신이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면서도 인기 없는 정책과는 적당히 거리를 두며 바이든 대통령과 차별화하는 게 관건이라고 관측했다.
해리스 부통령은 출산과 관련해 여성이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의미하는 '생식권'을 주요 공략 포인트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해리스 부통령은 보수층이 반대하는 낙태와 체외인공수정(IVF)을 자유의 문제로 접근하며 공화당이 여성의 권리를 억압하려 한다고 주장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낙태권을 폐기한 연방대법원의 대법관 3명을 자기가 재임 기간 임명했다고 자랑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존 보수층과 여성 유권자를 동시에 잡으려고 좀 더 온건한 입장을 취했다가 정책에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조지아주의 고등학교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여파로 총기 규제에 대한 질문도 토론에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해리스 부통령은 총기 난사 직후 공격용 무기 금지와 총기 구매자 신원 조회 강화 등 규제 강화 기조를 재확인했지만, 총기 규제에 반대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용의자를 "미친 괴물"이라고 비판하는 등 총기가 아닌 개인을 탓했다.
두 후보는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 전쟁 등으로 불안해진 국제 정세에 대한 대응에서도 대척점에 설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가 안보 위협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며 해리스 부통령을 '약한 지도자'로 프레임 하려고 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세계를 이끌어갈 미국의 의무와 동맹을 외면하고 러시아, 북한 등의 독재자와 친하게 지낸다고 비판해왔다.
두 후보의 토론 스타일도 관전 포인트다.
해리스 부통령은 검사 시절 법정에서 갈고닦은 실력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몰아붙이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평정심을 잃도록 자극하는 전략을 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실정에 논의를 집중하고,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주장도 서슴지 않으며 토론을 자신의 의도대로 끌고 가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blue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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