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 교민들 "野후보 망명에 지지자 좌절…이주확산 조짐"

입력 2024-09-10 07:20  

베네수엘라 교민들 "野후보 망명에 지지자 좌절…이주확산 조짐"
"차베스 동상 끌어 내리며 변화 꾀한 주민들, 정부 강경대응에 투쟁동력 상실"
140여명 한인들, 대선 이후 상황 예의주시…"서로 안부 확인하며 긴장감 유지"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7·28 대선 이후 이어진 '반(反) 마두로' 시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 대응 속에 야권 대선후보의 전격적인 스페인 망명으로 베네수엘라 현지에서는 정권 교체 기대감이 크게 사그라든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6년 전 '한 지붕 두 대통령 체제'를 거치며 한때 실각할 것 같았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정권을 다시 장악했던 실패의 역사가 반복될 것이라는 좌절감 때문에 조국을 등지는 현지인들이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베네수엘라에서 14년째 사업체를 운영하며 재외국민·관광객 사건·사고 관련 대사관 업무를 돕는 문익환(57) 영사협력원은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에드문도 곤살레스 야권 대선후보의 망명 소식은 여기에서도 갑작스러운 뉴스로 받아들여졌다"며 "(야권) 지지자들에겐 당혹감을 주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야권 지도층은 주말 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 메시지를 비롯한 다양한 방식으로 지지층 민심 이탈에 대응했으나, "지지자들의 좌절감"은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문 협력원은 전했다.
그는 "베네수엘라 주민들에겐 (한 지붕 두 대통령 시절이었던) 후안 과이도 (전 국회의장) 때 상황이 떠오를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거리나 제 주변 상황만 놓고 보면 야권은 이제 끝났다는 기색이 역력하다"고 덧붙였다.



과이도는 2018년 마두로 연임으로 귀결된 베네수엘라 대선 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등에 업은 채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정치인이다.
당시에도 야권은 "부정 대선"이라며 마두로 대통령 당선을 인정하지 않았고, 2019년 1월 국회의장에 취임한 과이도는 헌법에 따라 자신이 임시 대통령을 맡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을 비롯한 60여개국이 곧바로 과이도를 베네수엘라 지도자로 인정하면서 힘을 실었지만, 2019년 4월 야권의 군사 봉기 시도 실패와 2020년 총선 여당 압승으로 '마두로 축출'은 무위로 끝났다.
문 협력원은 "올해 반정부 소요 사태는 2018년 때와는 달리 빈민가 지역 주민들도 참여했다는 점에서 야권 지지층이 고무됐었다"며 "(베네수엘라 좌파 상징인) 우고 차베스의 동상까지 끌어 내리며 고조된 분위기가 감지됐으나, 정부의 초기 강경 진압과 망명으로 야권이 투쟁 동력을 크게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 당국에 개표 데이터 투명 공개를 촉구하던 국제사회에서 베네수엘라를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정두환 베네수엘라 한인회장은 연합뉴스에 "제가 볼 때 곤살레스 후보 망명은 미국과 서방이 향후 베네수엘라에 대한 스탠스를 설정하기가 힘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미국이 취할 수 있는 한계가 너무 분명하다"고 말했다.
미국이 경제 제재 카드를 쥐고 수년간 베네수엘라를 옥죄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주민들 입장에선 '여전히 건재한' 마두로 정부의 영향력만 재확인하는 것으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140여명의 한인은 향후 정세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운 채 서로 안전을 수시로 확인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현지인들을 채용해 사업체를 운영하는 일부 교민의 경우 청년층의 '베네수엘라 엑소더스' 규모가 커지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유엔에 따르면 3천만 명의 베네수엘라 국민 중 700만 명 이상이 2013년 마두로 집권 이후 미국 등 외국으로 이주했다.
교민들은 "대선을 둘러싼 정치적 위기가 장기화하고 경기침체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주민 탈출 러시는 (또다시) 현실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walde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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