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300 지수, 2019년 1월 최저가 근접…기업 통제강화·무역갈등이 원인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해 본토와 홍콩 증시에서 3년여간 6조5천억달러(약 8천700조원)가 증발했다.
블룸버그통신은 9일(현지시간) 중국과 홍콩의 시가총액이 2021년 초 정점 대비 6조5천억달러 감소했는데 이는 일본 증시와 비슷한 규모라고 말했다.
상하이·선전증시 시가총액 상위 300개 종목으로 구성된 CSI 300 지수는 2019년 1월에 기록한 최저가에 근접했다.
CSI300 지수는 올해 약 7% 내렸으며, 연간으로 전례 없이 4년 연속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
MSCI 중국 지수는 세계 주가지수 대비 성적이 저조한 기간이 21세기 들어 가장 길게 이어지고 있다.
이는 이 기간 미국, 일본, 인도의 주가지수가 급등한 것과 대조된다.
블룸버그통신은 민간 기업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고 산업 자립을 추구함에 따라 무역 갈등이 발생한 것이 중국 증시가 매력을 잃게 된 근본적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부동산 위기로 인해 소비 지출이 감소하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하면서 증시에서 매도 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문제는 시장 침체가 소비자와 기업의 신뢰를 더 떨어뜨려서 디플레이션(deflation·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을 촉진한다는 점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말했다.
그러면서 이것이 정부가 증시를 떠받치려고 수십억달러를 썼지만 소용이 없던 이유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은 더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바라고 있지만 정부는 과거 효과를 냈던 대규모 조치를 다시 쓸 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라자드 자산운용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론 템플은 이날 "경제가 6개월 전보다 더 나쁜 상황에 있다"며 "정부가 수요 자극 방안을 내놓지 않고 버틸수록 소비자 신뢰 손상이 더 오래 이어지고 해결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올해 2∼5월에 중국 주가가 상승하면서 상황이 달라질 것이란 희망이 있었지만 이후 경기 둔화가 계속되면서 헛된 기대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중국 정부도 대응에 나서서 주식을 떠받치려고 올해 들어 8월까지 국가 기금으로 660억달러 규모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한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에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금 지급 확대 압박이 들어갔다.
그러나 투자자들에겐 충분치 않은 수준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신흥시장의 활력과 선진국의 안정성이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UOB 카이 히안 홍콩의 스티븐 렁 이사는 "내가 아는 중국과 홍콩 투자자들이 너무 실망해서 이미 축소된 자산을 더 줄이고 있다"며 "양적 완화 유형의 정부 유동성 공급이 유일한 탈출구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의 경제 지표가 우려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부터 중국을 맴돌던 디플레이션이 악화할 조짐이 보이며, 경제 전반의 물가를 측정하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디플레이터가 내년까지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올해 경제 성장 목표인 5%를 달성하지 못할 것으로 예측하는 월가 전문가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금리를 공격적으로 내려서 미국과 금리차가 커지는 것을 경계한다. 이는 위안화에 평가절하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성장의 질에 집중하면서 정부는 공격적 경기부양책을 보류한다.
그로우 인베스트먼즈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하오 홍은 "지금처럼 정책을 찔끔찔끔 진행하는 것은 환자에게 수술하지 않고 생명연장 장치를 단 것과 같다"며 "경제에 관한 신뢰를 살려주려면 정부는 모든 시장 간섭을 중단하고 시장과 투자자들이 역할을 하게 둬야 한다"고 말했다.
merci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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