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대출 규제로 움찔하는 주택시장…추석 이후 향배는?

입력 2024-09-12 11:18  

[서미숙의 집수다] 대출 규제로 움찔하는 주택시장…추석 이후 향배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금리도 4%대까지 치솟아 매수세 주춤
갈팡질팡 대출 규제에 시장 혼란…서울 아파트 매물 석 달 만에 최대
"당분간 거래 감소…금리 인하·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추가 규제 변수"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집을 사면서 대출을 안 받는 사람이 없는데 돈줄이 막힌다고 하니 다시 움츠리는 사람들이 많아요. 거래가 좀 살아나나 했는데 매매는 물론 전세 거래도 잘 안 됩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의 말이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시행되고,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거래 시장이 눈치보기에 들어갔다.
매매 거래량이 줄고, 가격 상승세도 주춤해진 가운데 대출 규제 여파로 전세 거래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 오락가락 대출 방침에 시장 혼란…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 석 달 만에 최대
12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이날까지 총 5천83건을 기록했다.
아직 거래 신고 기간이 이달 말까지로 남았지만, 지난 7월 거래량이 8천821건으로 9천건에 육박한 것과 비교하면 일단 증가 추이가 한풀 꺾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2일 기준 서울 아파트 6월 거래 신고 건수는 5천957건, 8월 12일 기준 7월 거래 신고량은 6천912건으로, 현재까진 8월 거래량이 7월은 물론 6월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그러나 이달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함께 1주택자의 담보대출을 억제하는 은행들이 나오면서 지난달 말에 막판 대출 수요가 급증한 것이 변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8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8조2천억원이 증가해 2004년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수준의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중 실제 신규 주택 매수를 위한 대출 수요가 어느 정도인지에 따라 8월 거래량이 7월 못지않게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과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 인상 등으로 아파트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모습이다.
특히 실수요자 대출 피해 가중 논란으로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이 보이는 오락가락 행보는 시장의 혼란을 더욱 가중하고 있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에 대출 문의를 하면 '대출이 어려울 것 같다'라거나 '일단 기다려보라'는 등 반응이 모호해 시장 혼란을 더 부추기는 모양새"라며 "집을 사면서 대출을 안 받는 경우가 거의 없다 보니 최근까지 계속 집을 보러오던 실수요자들도 발길이 끊겼다"고 말했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도 "갈아타기 1주택 수요가 많은데 어느 은행은 보유 주택 처분 조건으로 빌려준다고 하고, 어디는 대출이 불가능하다고 하니 매수자들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라며 "거래가 줄어 8월 이후 매매 중개를 한 건도 못 했다"고 말했다.
시장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대출 가능액이 감소한 것보다 금융당국의 일관성 없는 메시지와 이로 인한 시중은행의 갈지자 행보가 시장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입주를 앞둔 아파트 단지에도 걱정이 많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를 막겠다면서 전세대출과 잔금 납부가 동시에 이뤄지는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을 중단하겠다는 시중은행이 나오고 있어서다.
오는 11월 입주가 시작되는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 포레온(옛 둔촌 주공)은 일반분양분 계약자들이 잔금 마련에 차질이 빚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강동구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실거주 의무가 3년 유예돼 일단 잔금 납부를 위해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이 많은데,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이 막히면 전세를 놓기도, 잔금 마련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분양 계약자들이 걱정하는 것 같다"며 "다음 달 입주자 사전점검 이후 전세 거래가 본격화될 텐데 일단 은행 대출 방침과 시장 상황을 지켜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거래가 움츠러들면서 매물은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달 21일부터 8만건을 넘기 시작해 12일 현재 8만3천513건으로 불었다.
이 업체 조사 기준으로 올해 6월 19일(8만4천133건) 이후 약 3개월 만에 가장 많은 수치다.
이런 분위기는 전세시장도 마찬가지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건은 총 4만4천468건으로, 한 달 전(4만1천193건)에 비해 7.9%가 증가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실수요자들이 움직여야 하는데 신규 전세 거래가 뜸하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시중은행이 유주택자의 전세대출을 중단하고, 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전세자금도 조달이 어려워진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시중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금리는 현재 4%대 중후반까지 올랐다.
도봉구 도봉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예년 같으면 추석 전에 전세 거래가 늘어야 했는데 지금은 11월 전세 만기 물건도 계약이 안 되면서 매물이 적체되는 분위기"라며 "갭투자를 막겠다고 전세 대출을 제한하고 금리까지 올리면서 결국 자금이 필요한 임차인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 추석 이후 시장 분수령…"매수세 주춤, 전세 불안 가능성"
전문가들은 추석 이후가 거래 시장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단 추석 이후에도 매수자들의 관망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최근 아파트값이 전고점을 넘어선 곳이 늘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피로감이 커진 데다, 2단계 스트레스 DSR 등 대출 규제, 시장금리 인상 등 정부의 돈줄 죄기 효과로 시장 상황을 지켜보겠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까지 3주 연속 오름폭이 둔화하는 추세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가격이 오를 만큼 오른 상태여서 추격 매수에 부담을 느끼는 매수 예정자들이 많다"며 "당분간 매매 시장이 소강상태를 보일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조만간 미국발 금리 인하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매수세가 쉽게 꺾이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전세사기 여파로 빌라 대신 아파트 수요가 늘었지만, 올해에 이어 내년 신규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것도 부담이다.
추석 이후 양극화는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한국투자증권 김규정 자산관리승계연구소장은 "반포·압구정 등 초고가 주택 매수자들은 현금 동원 능력이 뛰어나 대출 도움 없이도 매수가 가능하지만 대부분은 대출과 금리 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매수세가 주춤한 사이 고가 주택과 저가 주택 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수세가 뜸해지면서 전세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부동산R114 윤지해 리서치팀장은 "매매시장의 대출 규제가 강화될수록 상대적으로 전월세가 증가하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며 "전세자금대출 규제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나 전셋값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집값이 계속해서 오를 경우 정부가 대출 규제 외에 다른 규제 카드를 꺼내 들 것인지도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주택 공급 확대 관련 브리핑에서 "신고가가 발생하는 지역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필요한 경우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서초구 반포동 일대 아파트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면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면적 84㎡는 지난 7월 55억원에 팔린 뒤 지난달 초에는 60억원에 거래되며 '국민평형'의 3.3㎡당 2억원 시대를 눈앞에 뒀다.
성동구 성수동 일대도 정비사업 대상 외 일반 아파트는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제외되면서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있다.
KB국민은행 박원갑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앞으로 대출 규제, 금리 인하, 정부 정책 변화 등 시장 변수가 많은 상황"이라며 "당분간 시장을 관망하면서 추이를 지켜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s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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