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바=연합뉴스) 안희 특파원 =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핵무기 제조 공정으로 의심받는 우라늄 농축시설을 최근 늘린 것으로 파악했다. IAEA는 조만간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이 사안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12일(현지시간) IAEA에 따르면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지난 9일부터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IAEA 정기이사회에서 이란 핵시설 동향에 관해 보고했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란 내 핵시설에서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우라늄 농축 시설이 증설됐다는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다.
이란은 자국 내 핵시설에서 개량형 원심분리기인 'IR-6'를 이용해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다수의 IR-6 원심분리기로 구성한 캐스케이드(원심분리기를 다단계로 연결한 설비)를 가동해 육불화우라늄(UF6)을 농축하는데 이 캐스케이드 수가 최근 늘었다는 정보가 보고서에 실렸다.
또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 비축량이 16% 정도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이란은 2015년 체결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에 따라 우라늄 질량 기준 202.8㎏의 저농축(3.67%) 우라늄만 보유할 수 있었다.
핵합의에 따라 이란이 핵프로그램을 동결·축소하고 서방은 경제제재를 해제하기로 했으나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이후 이란은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우라늄 농도를 60%까지 높이는 한편 비축량도 늘렸다. 농도를 60%까지 올린 우라늄은 추가 공정을 거쳐 농도를 90%까지 끌어올리면 핵무기에 사용될 수 있다.
이란은 미신고 시설에서 비밀 핵 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의혹도 받는다.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이란 핵합의를 복원하기 위해 서방과 이란이 접촉했지만 미신고 핵 시설 운영 의혹 등에 대한 IAEA의 현지 조사 문제 등을 놓고 이견이 자주 발생하면서 뚜렷한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태다.
이란의 핵시설을 감시할 IAEA의 사찰 활동을 정상화하는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런 사안들을 논의하기 위해 페제시키안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테헤란에서 만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IAEA는 "그로시 사무총장의 제안에 페제시키안 대통령도 적절한 시점에 만나기로 동의했다"고 밝혔다.
prayer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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