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논란] ① 폐지, 보완시행, 유예?…나라 뒤흔드는 새 세제

입력 2024-09-15 07:00   수정 2024-09-17 11:49

[금투세 논란] ① 폐지, 보완시행, 유예?…나라 뒤흔드는 새 세제
"후진적 매매세 고쳐 시장 레벨업" vs "차액 과세 단행하다 투자 위축"
2년 유예 끝 내년 시행 '카운트다운'…輿 "도입 취소" 野 당론 정리 중

[※ 편집자 주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습니다.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투세에 대해 정부와 여당이 폐지 추진 결정을 내리면서 새 세제를 둘러싼 논쟁이 연일 격화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선택이 될 금투세 도입 이슈와 관련해 추석 연휴 기간(15∼18일) 기획 기사 4건을 송고합니다.]
② 시장 영향·도입 시기 두고 평행선…"절충 노력" 요구도
③ 고액자산가 특혜 불만에…'소득에만 과세' 정책의도 가려져



(서울=연합뉴스) 김태균 기자 =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온 나라를 흔들고 있다. 새로운 세제는 종종 갈등을 불러오지만, 금투세는 유독 그 정도가 심하다.
도입 찬반을 둘러싼 논쟁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지며 금융업계에서는 금투세를 시장의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기도 한다.
금투세는 시행이 카운트다운 단계지만 도입 여부조차 아직 오리무중이다. 금투세 도입을 골자로 한 개정 소득세법은 2년 유예 기간을 거쳐 내년 1월1일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주장한다. 입법 '유턴'을 하자는 것이다. 실제 국회 다수당인 야당은 내부에서 '보완 시행'과 '다시 유예' 등으로 입장이 갈린다.
금투세는 주식과 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5천만원이 넘으면 초과 액수에 대해 22∼27.5%의 세금을 물리는 것이 골자다.



현재 우리나라는 주식 매매차익(양도차익)이 사실상 비과세다. 대신 매도 시 무조건 증권거래세를 걷는다. 이 틀은 1970년대 박정희 정부 말기에 만들어졌다. 당시엔 금융소득을 파악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려웠던 데다, 아직 낙후했던 국내 자본시장에서 투자를 장려하자는 취지에서 만든 절충형 제도였다.
이 세제는 국내 금융투자 시장이 급속히 발전하며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우선 증권거래세는 '소득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난다. 주식으로 손해를 봐도 매도 시 무조건 세금을 내야 한다. 부당 과세의 소지가 크다.
종전의 틀에 새 금융투자 상품들을 대거 포함하면서 과세 논리가 너무 복잡해지고 일관성이 없는 것도 골칫거리다.
예컨대 국내에 상장된 외국 주식 ETF는 매매차익이 몽땅 '배당소득'으로 잡혀 세금이 매겨지지만, 국내 주식 펀드는 이 수익이 비과세다.
이렇게 복잡하게 얽힌 세제가 투자자의 발목을 잡고 시장 선진화를 막는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금투세 도입 논의는 탄력을 받았다.
금융투자소득에 과세한다는 단일 명제 아래 제도를 단순화하고, '개미 투자자'는 공제 한도(비과세 구간) 연 5천만원을 적용해 부담을 덜어주자는 것이다. 증권거래세는 단계적 인하를 거쳐 폐지한다.



금투세는 초기부터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당초 비과세인 매매차익에 세금을 매기는 조처라 대중의 반감이 불가피했다. '주식 대박'의 꿈에 찬물을 끼얹어 투자자들을 한국 증시에서 몰아내는 부작용만 클 것이란 지적이 쏟아졌다.
애초 2023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 법(개정 소득세법)이 2년 유예된 것도 이런 우려가 배경이었다.
반대론은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 추진을 공식화하며 정점을 찍었다. 윤 대통령은 "구태의연한 부자 감세 논란을 넘어 국민과 투자자, 우리 증시의 장기적 상생을 위해야 한다"며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투세의 도입 시기를 걱정하는 신중론도 만만찮다. 현재 국내 금융투자 시장이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 탓에 너무 쇠약해져 새 세제를 도입할 여건이 안 된다는 얘기다. 한국 증시는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때는 코스피 2,500선이 무너졌고 아직 이 여파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다.
부동산 자산 쏠림이 심한 한국의 특수성을 고려해 금투세 이슈를 더 넓게 보자는 제안도 있다. 거꾸로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비과세 혜택을 제공해 금융투자시장으로의 자산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금투세 폐지 강경론으로 돌아섰지만, 입법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입장이 불명확하다. 금투세 도입 중단이 '부자 감세'에 불과한 만큼 보완을 해서라도 제도를 안착시키자는 의견과 여러 현실을 볼 때 재유예 등 전향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민주당 임광현 의원이 대표 발의를 준비 중인 개정 법안은 보완 시행론의 대표적 예다. 개정안은 개인 투자자의 불만을 줄이고자 금투세 공제 한도를 1억원으로 올리고, 징수 방식을 원전 징수에서 연 1회 확정신고로 완화했다.
민주당의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11일 블로그 글에서 "국내 증시가 비포장도로처럼 열악해 통행세(세금)를 걷으면 안 된다는 주장도 있지만, 비포장도로를 이용해 편익을 봤다면 세금을 내야 한다"며 원칙론을 강조했다.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이와 반대되는 목소리도 잇따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지난 9일 금투세 유예를 주장했고 이재명 대표도 앞서 1일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의 토론회에서 '금투세를 대폭 완화해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했으면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토론회를 열어 당론을 확정키로 했으나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너무 대응이 늦다'는 비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증권거래세 중심의 세제는 일본의 낡은 법제에서 따온 것으로 일본은 이미 이 제도를 고쳐 금투세 체제로 넘어갔다. 제도 개편은 정치적 결단과 지혜가 필요한데 현재는 논쟁만 있어 투자자들만 불안해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원칙적 도입론과 현실적 신중론 모두 나름의 근거가 있다면 빨리 결정해야 한다. 시장에는 불확실성이 가장 해롭다"고 덧붙였다.
국회입법조사처의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영국·독일·일본·대만 중 현재 우리처럼 금융투자 소득을 비과세하는 곳은 대만 한 곳뿐이다.


t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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