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해머미술관서 영상·설치·퍼포먼스 작품 선보여
창작팀 이끼바위쿠르르는 제주 해녀 영상 작품 전시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환경문제, 쓰레기, 그사이의 경계에 대해 부드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한국 작가 양쿠라는 1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해머(Hammer) 미술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의 창작 의도를 이렇게 밝혔다.
해머미술관은 게티 재단이 이달 중순부터 5개월간 미 남부 캘리포니아 전역에서 개최하는 대규모 미술축제 'PST 아트'의 일환으로 '숨(쉬기): 기후 및 사회정의를 향해'(Toward Climate and Social Justice)라는 주제의 특별전을 연다.
양쿠라는 이번 전시 개막을 기념해 오는 14일 쓰레기를 괴물로 형상화한 탈·의상을 쓰고 가야금 연주와 함께 약 30분간 진행하는 퍼포먼스 '포가튼 메신저'(Forgotten Messenger)를 선보인다. 이와 함께 그간의 작업을 촬영한 영상과 각종 자료도 전시한다.
오랫동안 환경문제에 천착해온 그는 처음에는 백령도에 흘러들어온 중국이나 북한 쓰레기들에 관심을 갖다가 2017년부터는 한국의 쓰레기가 어디로 흘러가는지 추적하기 시작했다.
조사 결과 그는 한국의 쓰레기가 대마도에 압도적으로 많이 흘러가고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까지 도달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이런 쓰레기의 경로가 역사·정치·경제와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점에서 과거 조선통신사가 왕래하던 길과 연결 짓는 작품을 구상했다.
그는 대마도로 간 한국의 쓰레기들이 괴물로 다시 돌아온다는 상상을 바탕으로 괴물 형상을 한 사자탈 형태의 가면·의상을 만들었고, 2017년 6월부터 11월까지 이것을 쓰고 실제로 대마도에서 부산, 밀양, 청주, 수원 등을 거쳐 고향인 서울로 올라오는 경로의 주요 지점에서 괴물 퍼포먼스를 벌이며 이를 영상으로 기록했다.
그는 "국가 간의 경계 지점이나 환경에 대한 문제를 다들 알 것이고 모두가 책임져야 하겠지만, 사실 자기 국경선과 어떤 지점을 넘어가면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느냐"라며 "그런 이기심에 대해 전달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쓰레기를 괴물로 형상화한 이유에 대해서는 "해양 쓰레기가 워낙 색깔이 다양해서 본의 아니게 그런 느낌으로 나온 것"이라며 "퍼포먼스도 본의 아니게 약간 무당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한다"며 웃었다.
하지만 그는 이 쓰레기 괴물로 사람들에게 공포감이나 혐오감을 주고 싶지는 않다면서 "비주얼은 그럴지 몰라도 약간 귀여운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이어 "환경에 관해 강하게 직설적인 화법으로 표현하다 보면 그에 대한 반감들이 좀 생길 수 있을 것 같다"며 "환경운동가들이 이미 하고 있는 것을 나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7년 전의 작품이지만, 2022년 LA의 한 갤러리에서 그의 사진 작품 일부가 전시됐을 때 눈여겨본 해머미술관 큐레이터가 '사회 정의'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 그를 초청했다.
그는 해머미술관 측이 환경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인 복합적인 맥락이 담긴 작품에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머미술관에서는 2021년 결성된 비주얼 리서치 밴드 '이끼바위쿠르르'의 작품도 전시된다.
제주의 해녀를 주제로 해양 생태계와 지속 가능한 환경을 탐구하는 영상과 함께 제주 해안 마을의 모형 작품을 선보인다.
이끼바위쿠르르의 조지은 작가는 미국에서 처음으로 전시하는 이번 작품에 대해 "항상 가장 지역적인 이야기가 오히려 보편적으로 공감하기 쉽다고 생각한다"며 "자연 앞에서 겸손하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반성 같은 내용은 보편적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에 해외에서 전시했을 때도 (해녀들이 노래하는) 저 영상을 보고 울컥해 하는 반응들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전 세계 취재진을 대상으로 한 PST 아트의 사전 공개 행사에서는 로스앤젤레스 현대미술관(MOCA) 게펜 콘템퍼러리에서 열리는 '올라퍼 엘리아슨: 오픈'(Olafur Eliasson: OPEN) 전시도 소개됐다.
이 전시에서는 현재 세계 미술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아이슬란드계 덴마크인 작가 올라퍼 엘리아슨의 최근작 12개를 선보인다. 거울을 통한 빛의 반사와 공간적 특성, 다채로운 색의 조명을 활용한 환상적인 작품들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취재진 앞에 선 엘리아슨은 "이번 전시 주제인 개방성(오픈)에 대해 고민하면서 나 자신의 인식은 얼마나 열려 있는지 곰곰이 돌아봤다"며 "내 안의 불확실성과 미지의 공간을 담은 이 전시가 (관람객) 각자의 견해와 해석에 열려있기를 바랐다"고 말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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