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한중의원연맹과 비공개 면담…자신도 한국 방문 의사 내비쳐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이 내년 11월 경주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에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19일 중국을 방문 중인 국회 한중의원연맹 소속 의원들에 따르면 왕 주임은 전날 한국 여야 의원단과 비공개 면담에서 시 주석의 한국 방문과 관련해 'APEC 정상회의가 좋은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취지의 언급을 했다.
의원단 소속 한 의원은 문자 메시지를 통해 연합뉴스에 "왕 주임이 '시 주석이 한국을 방문할 수 있게끔 한국이 APEC을 잘 활용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전했다.
내년 11월 APEC 계기로 시 주석 방한이 이뤄진다면 11년여 만이 된다.
시 주석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4년 7월 국빈 방한을 끝으로 한국을 찾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인 2017년 12월과 2019년 12월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지만, 시 주석은 답방하지 않았다. 그런 만큼 이번엔 시 주석이 한국을 '답방'할 차례라는 것이 외교가의 인식이다.
그는 작년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개막식 참석차 방중한 한덕수 국무총리를 만났을 때도 "방한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겠다"고 말했다고 우리 정부 측이 전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시 주석 방한을 기대한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표명했고, 시 주석은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가진 윤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에서 "코로나19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윤 대통령 방한 초청에 기쁘게 응할 것"이라면서도 "상호 편리한 시기에 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주기를 희망한다"며 윤 대통령 방중을 역제안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중 전략 경쟁 격화 속에서 한미 동맹 강화로 경색된 한중 관계가 아직 완전히 풀리지 않아 양국 정상 간 만남 논의는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이달 1일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지난 5월 서울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 이후 상호 고위·실무급 교류와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며 "중국도 예년과 달리 정상적 한중관계 복원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호 교류를 회복하면 언젠가 시 주석이 방한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한편, 전날 왕 주임은 의원단과 면담에서 시점을 특정하진 않았으나 자신이 한국을 방문하겠다는 뜻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5월 조태열 외교장관은 중국을 방문해 고위급을 포함한 다양한 수준에서 전략적 교류·소통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왕 주임을 초청했고, 왕 주임은 "상호 편리한 시기에 방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한국 의원단은 아울러 북한의 모든 핵무기 파괴와 한반도 평화협정, 북미 신뢰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9·19 남북 공동성명 19주년을 맞아 왕 주임에게 북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중국의 역할을 당부했고, 왕 주임은 "우리는 항상 한반도 평화를 지지해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xi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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