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중해진 지출·지방정부 지원 축소"…中경제학자 "1∼2년간 10조위안 부양 필요"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경기 침체와 소비 둔화 속에 장례 지출마저 줄어들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22일 보도했다.
중국의 대표적 묘지·장례 서비스 기업인 푸서우위안(福壽園)은 올해 상반기 매출 11억위안(약 2천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0% 가까이 줄었다고 발표했다.
푸서우위안이 지난달 말 홍콩 증권거래소에 제출한 상반기 재무 보고서를 보면 이 업체의 순이익은 2억9천900만위안(약 56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4억6천500만위안(약 879억원)에 비해 35% 이상 감소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상하이 시장 매출은 2억위안(약 380억원) 넘게 줄었고, 동북 지역 랴오닝성 매출은 40% 가까이 떨어졌다.
푸서우위안의 묘지 평균 가격은 10만위안(약 1천900만원)을 웃돈다. 이 업체는 올해 상반기 가격을 0.2% 인하했지만 판매량은 31.5% 줄어든 6천682곳에 그쳤다. 묘지 매출도 31.7% 감소했다.
업체 측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풀려 개선된 작년 실적의 기저효과와 올해 지속 중인 경제난이 매출 급감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푸서우위안은 보고서에서 "이 기간(올해 상반기) 전반적인 경제 환경과 기대치의 영향으로 소비자 지출이 더 신중해졌고, 구매 전 의사결정 주기가 길어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장례 서비스 업체들을 위한 지방의 지원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내 대형 묘지 서비스 업체 가운데 하나인 푸청(福成) 역시 올해 상반기 장례·묘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5.6% 줄었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에선 연간 902만명이 태어나고 1천110만명이 사망해 사망률이 5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60세 이상 인구는 지난달 말 기준 2억9천697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21.1%를 차지해 중국식 분류상 '중등도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상하이 푸단대의 장전·리창 교수 연구팀은 올해 5월 발표한 논문에서 중국이 2061년 연간 사망자 1천900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망자의 매장지를 중시해왔다. 선별되고 상서로운 곳으로 묘지를 택하면 고인에겐 평화를, 후손에겐 축복을 가져다준다는 동양적 믿음은 중국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한다.
부동산 가격이 높은 베이징과 상하이 등 대도시에선 묘지 한 곳의 가격이 10만위안을 넘고, 가장 비싼 곳은 수백만위안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장례 문화가 변화하고 경제 상황 악화까지 겹치면서 '비싼 묘지'를 택하는 세태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최근 중국 매체들은 대도시 묘지보다 가격이 싼 교외 도시 아파트를 유골 보관 장소로 정하는 중국인들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공지능(AI)과 가상현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주목받은 '가상 묘지'에는 국가적인 투자도 이어지는 중이다.
한편, 침체된 중국 내수를 살리기 위해 중앙정부가 경기 부양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언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무원(중앙정부) 발전연구센터 부주임을 역임한 경제학자 류스진 박사는 전날 열린 중국거시경제포럼에서 "초장기 국채를 주축으로 한 자금으로 1∼2년의 시간 안에 10조위안(약 1천890조원)의 경제 부양 규모를 형성해 경제가 확장적인 성장 궤도로 복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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