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산 삭감으로 해외로 떠나는 아르헨티나 과학자들

입력 2024-09-23 00:44  

정부 예산 삭감으로 해외로 떠나는 아르헨티나 과학자들
'재정균형' 밀레이 정부, 과학기술 연구 예산 대폭 삭감



(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경제 위기로 시름 하는 아르헨티나에서 고급 연구인력이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해외로 짐을 싸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집중 조명했다.
아르헨티나판 CNN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의 두뇌 유출: 연구비 부족으로 과학자들 해외 이주"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각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르헨티나 과학자들이 정부의 예산 삭감으로 인해 더 이상의 연구를 지속하지 못하게 돼 해외연구소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양자 컴퓨팅 연구원인 알레한드로 디아스-카로 씨는 그의 연구를 보조하던 박사과정 조교들의 연구비가 삭감되면서 "난 연구를 그만두고 매일 피켓을 들고 연구비 복원을 위한 시위에 동참하든지 아니면 해외연구소로 가서 연구를 지속하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결국 후자를 택했다"며 수일 내로 프랑스로 떠나 현지 국립기관에서 연구를 이어간다고 말했다.
생화학박사이자 CONICET 선임연구원인 호르헤 헤프네르 씨는 일부 연구비 지원 중단뿐만 아니라, 월급도 제대로 인상되지 않아 연구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에서 박사후과정을 한 파블로 마나벨라 생물학 박사는 해외에서 연구하다 2014년 아르헨티나 정부의 '고급 인력 국내 복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해외 유수의 연구소의 스카우트 제의를 마다하고 고국으로 돌아왔으나, 결국 올해 3월 다시 유럽연구소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에선 아르헨티나 출신의 과학자들을 대거 채용하고 있는데, 해외로 갈수 밖에 없는 현실이 매우 슬프다"고 토로했다.
몇 주 전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과학계 인사들을 '카스타'(정부 보조금에 의존하는 기득권)라고 부르면 비난했다.
자유시장경제 신봉자인 밀레이 대통령은 과학자들을 향해 "학위가 있다고 자신들이 더 뛰어나다고 믿으며, 우리가 그들의 하는 일에 보조금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신의 연구가 그렇게 유용하다면 국가 보조금 뒤에 비겁하게 숨지 말고 연구한 것을 책으로 출판해서 사람들이 그 연구에 관심이 있는지 없는지 시장에서 경쟁하라"고 말했다고 아르헨티나판 CNN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 과학계는 2024년 과학·기술 예산이 전년 대비 30%가 삭감되었으며, 현지 최대 연구기관인 CONICET은 더 이상 박사과정, 박사후과정 연구원들을 선발하지 않고 있으며, 한 해 사임 및 퇴직으로 인해 400명 이상 공석이 된 자리도 채우지 않고 있다고 고발했다.
지난 3월 전 세계 68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은 "아르헨티나의 과학·기술 시스템이 벼랑으로 치닫고 있다"며 과기부 폐쇄, 예산 삭감 등의 문제를 거론하면서 밀레이 대통령에게 우려를 표명하는 서한을 보낸 바 있다.
sunniek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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