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 "지방 주택경기 부진에 건설사 신용도 부담 여전"

입력 2024-09-23 15:01  

한신평 "지방 주택경기 부진에 건설사 신용도 부담 여전"
주요 건설 사업장 59%가 지방 소재…사업성도 낮아 리스크 지속
"석유화학, 불황에 재무부담 증가…대형마트 경쟁 심화, 철강도 업황 부진" 진단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수도권 중심의 주택 심리 개선에도 건설사 사업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의 주택시장 부진이 이어지며 건설사의 신용도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용평가사의 진단이 나왔다.
23일 한국신용평가는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건설·석유화학·유통·철강 업계의 신용도 전망을 주제로 한 '크레딧 이슈 세미나'를 열었다.
전지훈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연구위원은 "건설업의 본격적인 턴어라운드(반등)를 위해서는 지방 주택시장 회복이 필수적"이라며 "지방 주택 및 비주택 경기 회복의 불확실성, 건설사의 추가 부실 인식 가능성 등은 (건설업의) 영업실적 및 신용도에 부담 요인"이라고 말했다.
최근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 시장이 개선되고 있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건설사 사업장의 상당수가 지방에 소재한 만큼 지방 주택 경기가 건설업 신용도 개선의 핵심이라고 본 것이다.
한신평에 따르면 국내 주요 건설사 사업장의 59%가 수도권 미분양 유의 지역(평택, 이천, 안성 등)과 수도권 이외 지역에 위치한다.
전 연구원은 "지난 6월 말 기준 한신평의 유효등급 건설사 합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은 27조1천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일부 현장들의 진행에도 추가 신용보강 등으로 전체 보증 규모가 쉽게 줄어들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설사의 PF 보증을 사업 단계, 유형, 입지에 따라 분류해 사업성을 평가한 결과 위험 수준이 '높음'인 사업장 비중은 12조원(45%)으로 지난해 말과 큰 차이가 없다"며 "질적인 개선도 지연되며 업종 전반의 리스크 완화에 상당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매출채권 손실 가능성도 신용도 리스크 요인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한신평이 등급을 책정하는 주요 건설사 13곳을 분석한 결과 매출액에서 매출채권이 차지하는 비중은 6월 기준 31.2%로 2020년(22.2%)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2019~2021년 착공한 다수 준공 임박 현장 관련 매출채권이 증가한 영향이 큰 가운데 상당 부분은 올해 하반기 이후 준공 및 이와 더불어 회수 가능할 전망"이라면서도 "다만 미분양, 미입주, 예정원가 조정으로 인한 매출채권 손실 가능성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화학업종에 대해서 한신평은 LG화학[051910]과 롯데케미칼[011170] 등 10개 사의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순차입금 배율이 5배를 넘어서며 재무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가 현금 창출을 통해 빚을 갚는 데 5년 넘게 걸린다는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도 ▲ 중국발 공급과잉 지속 ▲ 미국·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 배럴당 70달러대의 국제유가 등 어려운 환경은 이어지고 있다.
김호섭 연구위원은 "석유화학 불황은 장기화하고 있고 중단기 업황 반등 폭이 크지 않을 전망"이라며 "약화한 영업 현금 창출력, 신사업 투자 부담 등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재무 부담 축소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업 전반의 영업 및 재무 위험이 높은 수준이어서 중단기적으로 신용도 하향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유통 부문 중 대형마트에 대해 서민호 수석 애널리스트는 "주요 소매유통 업태 중 유일하게 10년 연평균 실질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며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식품 부문에서 온라인 업체, 편의점 등 다른 업태와 경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형마트가 점포 수를 줄이며 점포당 매출액은 다소 개선됐으나, 이익 개선 폭이 제한적이며 추가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철강 업계에 대해서는 높은 건설 의존도에 따른 한계 봉착·중국 업체와의 경쟁에 따른 수출 판로 확보 차질 등 업황이 좋지 않으나 국내 철강사가 재무력을 보강한 덕에 당장의 신용위험은 없을 것이라고 봤다.
다만 부정적 업황과 이에 따른 실적 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신용도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or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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