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확보해 독일정부 지분 추월…지분 29.9%까지 확대 목표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이탈리아 2위 은행 우니크레디트는 23일(현지시간) 독일 코메르츠방크의 지분 11.5%를 추가로 매입해 지분을 약 21%로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안사(ANSA) 통신 등에 따르면 우니크레디트는 이날 성명에서 이같이 밝히고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29.9%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유럽중앙은행(ECB)에 승인을 요청했다.
코메르츠방크는 독일에서 도이체방크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은행으로,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구제금융을 받은 이후 독일 정부가 지분 16.5%를 소유해 최대주주가 됐다.
독일 정부는 코메르츠방크의 실적이 개선된 지금이 지분 축소의 적기라고 판단해 최근 지분 매각에 나섰다.
우니크레디트가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독일 정부가 내놓은 코메르츠방크 지분 4.5%를 매입했다. 이후 시장에서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코메르츠방크 지분 9%를 취득했다.
이에 이탈리아 금융자본의 독일 시장 침투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독일 정부는 지난 20일 코메르츠방크의 지분을 더 이상 매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니크레디트는 이날 파생상품 계약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지분을 21% 가깝게 끌어올리면서 독일 정부(12%)를 제치고 단숨에 코메르츠방크의 최대주주가 됐다.
우니크레디트는 "우리에겐 지분을 유지하거나 매각하거나 더 늘릴 수 있는 완전한 유연성과 선택권이 있다"며 "이는 코메르츠방크 경영진과 감독위원회, 독일의 다른 주주들과 협의에 달렸다"고 말했다.
이런 과감한 행보를 놓고 유럽 금융권에서는 인수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경제매체 클래스CNBC와 인터뷰에서 외국 기업이 이탈리아에서 현지 기업을 인수하는 게 정상인 것처럼 이탈리아 기업이 독일 경쟁사의 지분 일부를 인수하려는 것은 합법 그 이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니크레디트는 이탈리아의 대형 은행이며 유럽연합(EU)이라는 단일 시장에서 잘하고 있다"며 "말로만 친유럽을 외치는 것은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고 덧붙였다.
다만 안드레아 오르셀 우니크레디트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이탈리아 일간지 일메사제로와 인터뷰에서 코메르츠방크 인수설을 부인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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