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포퓰리즘에 밀려 잇단 선거 참패…좌파당도 존폐 기로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진보정치를 대표하는 녹색당이 잇따른 선거 참패로 창당 40여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리카르다 랑, 오미드 누리푸어 녹색당 공동대표는 25일 오전(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공동대표를 포함한 중앙당 집행부가 전원 사퇴한다고 밝혔다.
누리푸어 대표는 "브란덴부르크 주의회 선거 결과는 최근 10년 사이 최대 위기에 빠졌다는 증거"라며 "새로운 출발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녹색당은 오는 11월 전당대회에서 새 공동대표를 포함한 집행부를 뽑을 계획이다.
녹색당은 지난 22일 브란덴부르크주 선거에서 4.1%를 득표해 의석을 1석도 확보하지 못했다. 득표율은 5년 전 선거에 비해 6.6% 떨어졌다.
지난 6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 역시 득표율 11.9%를 기록해 2019년 선거 때 20.5%에서 반토막이 났다.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기관 인자(INSA) 설문에서 녹색당 지지율은 9.5%에 그쳐 2017년 이후 7년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생태주의와 평화주의를 내걸고 1980년 옛 서독에서 창당한 녹색당은 2021년 연방의회 총선에서 제3당에 올라 중도좌파 사회민주당(SPD), 친기업 성향 자유민주당(FDP)과 연립정부를 꾸렸다.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부 장관과 외무장관 등 내각 요직을 차지했으나 이후 파트너 정당들과 함께 지지율이 동반 급락했다.
독일 진보정치의 양대 축인 좌파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야니네 비슬러, 마르틴 쉬르데반 좌파당 공동대표는 유럽의회 선거에서 득표율 2.7%의 저조한 성적을 내자 오는 10월 전당대회에서 다시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좌파당은 옛 동독 사회주의통일당(SED)을 일부 계승한 진보정당이다. 그러나 주요 지지기반인 옛 동독 지역에서 극우 독일대안당(AfD)이 득세하면서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자라 바겐크네히트 연방의회 의원과 추종자들이 대거 탈당해 존폐 위기에 몰렸다. 이들이 올해 1월 새로 창당한 자라바겐크네히트동맹(BSW)은 반이민 등 포퓰리즘 정책을 내걸고 옛 동독 3개주에서 모두 두자릿수 득표율로 제3당에 올랐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생태사회주의 정당으로 꼽혔던 독일 녹색당은 기성 정치권에 진입하면서 신자유주의로 전향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이미 받았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는 군비 증강에 앞장서며 종전협상에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좌파당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재무장을 두고 우왕좌왕하다가 분당 사태를 맞았다.
진보 성향 일간지 프랑크푸르터룬트샤우(FR)는 "오늘날 좌파의 존재가 어떤 의미인지는 여러 면에서 분명하지 않다. 이민 문제와 우크라이나 침공, 가자지구 전쟁이 좌파에 다양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dad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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