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권 국민 기대감에 '조기 해산' 선택…日국민 52% "이시바에 기대"
오늘 자민당 간부 인사…'40대 기수' 고이즈미 전 환경상이 선거대책위원장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차기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 일본 집권 자민당 신임 총재가 중의원(하원)을 조기 해산하고 내달 27일 총선거를 실시하는 방향으로 결정을 굳혔다고 아사히신문 등 현지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내달 1일 차기 총리로 선출될 이시바 총재는 내달 9일 중의원을 해산하고 이어 15일 중의원 선거를 공시한 뒤 내달 27일 총선을 실시할 방침이다.
이시바 총재는 내달 4일 총리로 국회 본회의에서 소신 표명 연설을 하고 7일부터 각 당 대표 질문 등을 한 뒤 중의원을 해산한다는 일정을 검토하고 있다.
자민당은 이런 계획을 연립여당인 공명당에도 전달했다고 언론은 전했다.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당세가 추락한 가운데 새 정권 출범으로 국민의 기대가 큰 상황에서 중의원을 조기 해산하는 것이 자민당에 유리할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공영방송 NHK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시바 총재는 10월 중 총선 실시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 "여러 가지 가능성을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으며 다른 방송에서도 중의원 선거에 대해 "빠르면 빠른 편이 좋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국민에게 신뢰를 묻기 위한 판단 재료도 갖추기 전에 논전에서 도망치려 한다면 이것은 '비자금 해산'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자민당 비자금 문제와 자민당과 옛 통일교 간 유착 문제 재조사를 촉구했다.
내달 출범하는 이시바 신정권에 대해 일본 국민 기대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마이니치신문이 28∼29일 18세 이상 유권자 1천71명(유효 응답자 기준)을 대상으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이시바 총재에게 기대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52%가 "그렇다"고 대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기대하지 않는다'는 30%, '모르겠다'는 답은 17%였다.
자민당 지지율도 33%로 전달 조사보다 4%포인트 상승했다.
이시바 총재는 이날 오후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임시 총무회를 열고 당 간부 인사를 단행해 국회 해산과 조기 총선에 본격적으로 대비한다.
비주류로 당내 기반이 약한 이시바 총재는 안정된 당 운영을 위해 당 부총재로는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를, 당 최고 고문으로는 유일하게 남은 파벌인 '아소파'를 이끄는 아소 다로 전 총리를 각각 임명한다.
총재를 대신해 자민당 운영을 담당하는 주요 간부인 당 4역(役)도 내정됐다.
선거 얼굴인 선거대책위원장에는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을 임명할 예정이다.
'40대 기수'인 고이즈미 전 환경상은 이번 총재 선거에서 이시바 총재와 함께 양강 구도를 형성했으나, 극우 성향 다카이치 경제안보담당상이 상승세를 타면서 1차 투표에서 3위에 그쳐 낙선했다.
다른 당 4역인 간사장으로는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총무회장을, 총무회장으로는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을, 정무조사회장으로는 오노데라 이쓰노리 전 방위상을 각각 기용할 방침이다.
이시바 총재는 총리 취임 후 내달 9∼11일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할 뜻도 밝혔다.
한편, 기시다 후미오 현 총리는 지난달 14일 총재 선거 불출마를 표명한 뒤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실현하도록 일본 측 협상 담당자에게 지시했으나 북한이 "납치 문제는 이미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굽히지 않으면서 회담을 거부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sungjin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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