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거푸 '굴욕' 겪은 이란, 이스라엘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입력 2024-10-02 11:56   수정 2024-10-02 12:52

"'연거푸 '굴욕' 겪은 이란, 이스라엘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
군부 "힘 보여주려면 미사일 공격이 유일한 방법" 하메네이 설득
온건파 "이스라엘 함정에 빠진다" 우려에도 결국 합의…"서방에 속았다"
하메네이 4년만 금요 예배 집전…향후 대응방안 언급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이스라엘에 대한 이란의 보복 공격은 군부와 정부 온건파의 격렬한 논쟁 끝에 결정된 것으로, 최근 잇따른 '굴욕'을 당한 이란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선택지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이 친이란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무릎 꿇린 후 총구를 이란으로 돌리기 전에 '이란의 힘'을 과시할 필요가 있었고, 시급하게는 공습에 시달리고 있는 헤즈볼라의 숨통을 틔워줘야 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이란의 보복 결정은 최고위층이 며칠간 격렬한 토론을 한 끝에 나온 것으로, 군 지휘관들이 결국 이겼다고 보도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이날 이스라엘 중심부에 있는 군사·안보 자원을 표적으로 탄도미사일 180발을 발사하는 보복 공격을 단행했다.
3명의 이란 당국자에 따르면, 혁명수비대 지휘관들은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에게 이란이 강하게 보이고 싶다면 미사일 공격이 유일한 행동 방침이라고 설득했다.
이들은 이란이 주도하는 '저항의 축'의 핵심인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격 흐름을 바꾸거나 최소한 늦추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에 대한 억지력을 신속하게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더 중요하게는 이스라엘이 이란으로 관심을 돌리지 못하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메네이의 결정이 금방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헤즈볼라 수장 하산 나스랄라가 이스라엘의 공습에 폭사한 다음 날인 지난달 28일 테헤란 하메네이 자택에서는 긴급회의가 열렸으나 결론이 나지 않았다.
강경파인 사이드 잘릴리 전 외무차관 등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기 전에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건파인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쪽 인사들은 이란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광범위한 전쟁을 유발하기 위해 파놓은 함정에 빠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란 지도부는 결국 군부의 뜻을 따르기로 했는데, '저항의 축' 세력들과의 신뢰를 회복하고, 이란과 중동 내 동맹 세력이 약하다는 인식을 뒤집고 싶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의 이란 전문가 알리 바에즈는 이란 지도부 내 합의는 "이스라엘이 지난 며칠간 획득한 추진력을 꺾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무선호출기(삐삐)와 무전기 수천 대를 동시다발적으로 터트려 레바논 헤즈볼라의 통신체계를 무력화시켰고, 나스랄라 등 헤즈볼라 수뇌부를 순차적으로 제거했다.
이어 이날 2006년 이후 18년 만에 레바논 남부로 지상군을 투입했다.
더 타임스는 "최근 굴욕을 당한 이란은 이스라엘을 공격할 수밖에 없었다"며 삐삐와 무전기 폭발 등 일련의 충격에 이은 나스랄라 살해는 헤즈볼라가 '무적'이라는 분위기를 깨고 이란을 위험에 노출시켰다고 분석했다.
전략적 자제를 강조하던 온건 지도부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와 이란 혁명수비대 작전부사령관 압바스 닐포루샨의 사망에 대응하지 않은 것은 잘못된 계산이었다고 판단했다고 이란 당국자들은 전했다.
하니예는 지난 7월 이란에서 이스라엘에 암살됐고, 닐포루샨은 지난달 27일 이스라엘의 베이루트 정밀공습 당시 나스랄라 등과 사망했다.
특히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은 서방이 이란에 자제력을 발휘해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을 때 이란이 속았다고 주변 당국자들에게 말했다.
이란은 이번 보복 공격을 단결의 기회로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란 언론은 하메네이가 이번주 테헤란에서 금요 예배를 집도하고,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설교를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메네이는 국가 안보와 관련한 특별한 상황에서만 금요 예배를 집도한다.
하메네이의 예배 집도는 2020년 이란의 국민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미국에 암살됐을 때 이후 처음이다.
이스라엘에 대한 공습 이후 강경 노선 지지자들은 테헤란대학 인근 등지서 모여 이란과 팔레스타인 국기를 흔들었다.
언론매체들은 이스라엘을 겨냥한 자국의 미사일 발사 장면을 온라인을 통해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withwi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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