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6억? 6조? 누구 말이 맞나…고려아연 분쟁 새 쟁점 '배당가능이익 한도'

입력 2024-10-03 06:30  

586억? 6조? 누구 말이 맞나…고려아연 분쟁 새 쟁점 '배당가능이익 한도'
MBK "임의준비금 용도 변경은 주총 결의" vs 최 회장 측 "허위사실"



(서울=연합뉴스) 송은경 기자 = 최윤범 고려아연[010130] 회장 측이 영풍[000670]과 사모펀드 MBK파트너스 연합에 맞서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2조7천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추진하면서 양측이 각각 산정한 '배당가능이익 한도' 규모가 새로운 법적 쟁점으로 떠올랐다.
MBK 측은 배당이 아닌 특정 용도로 적립된 임의준비금(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변경하려면 주주총회 결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인 반면, 최 회장 측은 상법으로 규정된 배당가능이익 공제 항목만 차감하면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다.
3일 상법과 자본시장법 등에 따르면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할 때 취득가액 총액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
순자산에서 자본금과 결산기까지 적립된 자본준비금·이익준비금, 결산기에 적립해야 할 이익준비금, 미실현이익 등을 차감해서 산정된 금액이 배당가능이익 한도다.
이는 실제 계좌에 현금으로 적립해 둔 금액이 아니라 회계상 개념이다. 즉 고려아연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차입금으로 자사주 취득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가능하며, 여기까지는 영풍·MBK와 최 회장 측 모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배당가능이익의 구체적인 금액이다. MBK는 이것이 586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지만, 최 회장 측은 약 6조1천억원에 달한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처럼 액수가 크게 차이 나는 건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포함하느냐에 따라 금액이 달라져서다. MBK는 임의적립금이 이사회 결의로 가능한 배당 재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반면, 최 회장 측은 포함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고려아연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별도 기준 이익잉여금은 약 7조5천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임의적립금 규모는 약 6조9천억원으로 집계되며, 해외투자적립금(3조5천억원), 자원사업투자적립금(3조3천억원)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MBK에 따르면 고려아연 정관은 회사가 매 사업연도 이익금을 이익준비금, 법정적립금, 배당금 등으로 처분한다고 규정해뒀고, 여기에는 임의적립금도 명시돼 있다.
MBK는 고려아연이 이 정관에 근거해 수십년간 임의적립금으로 분류되는 해외투자적립금과 자원사업투자적립금으로 6조원 이상을 쌓아왔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올해 정기주총에서 승인된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처분전이익잉여금 6천259억원 가운데 3천566억원은 배당금 등으로 처분하고 나머지 2천693억원은 용도가 특정되지 않은 차기이월이익잉여금으로 남겨뒀다.
MBK는 이때 이익잉여금처분액 3천566억원에서 고려아연이 기말배당금으로 1천40억원을 산정하고 해외투자적립금과 자원사업투자적립금으로 각각 1천300억원, 1천200억원을 쌓았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는 상법상 재무제표를 일부를 구성하고 있고, 재무제표의 최종 승인 기관은 주주총회이기 때문에 매년 이익잉여금처분을 통해 적립돼 온 6조원 규모의 임의적립금을 배당가능이익으로 전환하려면 주총 결의가 필요하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이 같은 주장을 따르면 전날 오전 개최된 고려아연 이사회는 6조원이 넘는 임의적립금을 자사주 취득에 사용한다고 결정할 권한이 없으며, 이사회 결의로 허용되는 자사주 취득 금액은 차기이월이익잉여금 2천693억원 중 올해 중간 배당금 및 이익잉여금 적립액을 제외한 586억원 범위에서 가능하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이사회 결의로 6조원 규모의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자사주 취득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조현덕 변호사(김앤장법률사무소)는 전날 고려아연 기자간담회에서 "영풍·MBK가 배당가능이익 한도로 586억원을 주장하는 근거는 고려아연 정관상 중간배당에 대한 규정"이라며 "법원 판례는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회사는 자기주식 취득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중간배당 관련 조항을 적용할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배당가능이익 한도는 상법에서 공제를 의무화한 항목들만 차감하면 되고, 자사주 매입은 배당가능이익 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취지다.
조 변호사는 "학설도 명확하게 임의준비금, 임의적립금은 모두 배당가능이익에 포함된다고 설명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의 '자사주 취득 가능액은 586억원'이라는 주장이 허위사실 유포에 해당한다며 민·형사상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법조계에서는 법률상 배당 재원 규제를 위반한 자사주 매입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례가 있기 때문에 양측의 법정 공방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영풍은 전날 법원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절차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1차 심문기일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이 종료되는 이달 23일 이전인 18일로 예정됐다.
다만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는 이달 4일 시작되는 반면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공개매수는 같은 날 종료된다. 영풍·MBK 측은 추가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nora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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