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면전 원치 않는다'지만 '강대강' 대치에 전운 고조
(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이스라엘을 겨냥해 200발 가까운 탄도 미사일을 쏜 이란에 대한 이스라엘의 재보복이 초읽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대니 다논 유엔 주재 이스라엘 대사는 2일(현지시간) CNN 방송에 출연해 이스라엘 전시내각이 가능한 선택지를 검토 중이라면서 이스라엘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간밤에 벌어진 일은 전례 없는 대응이었고, 오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내가 말했듯 매우 강력하고 고통스러운 대응이 있을 것이다. 곧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이란은 이스라엘 본토의 군사 목표물 등을 겨냥해 탄도 미사일을 퍼부었다.
이란은 지난 7월 말 수도 테헤란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1인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암살됐을 때도 보복을 자제했으나, 지난달 27일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까지 이스라엘군의 공습에 폭사하자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 아래 행동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중동 주둔 미군 등과 협력해 미사일 대부분을 요격한 까닭에 이스라엘 측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었으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이 큰 실수를 저질렀고 그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재보복을 공언한 상태다.
다논 대사는 "우리는 중동 내 어떤 목적지에도 도달할 역량을 지니고 있고, 무엇을 겨냥하고 어떻게 할지를 결정하는 건 우리에게 달렸다는 걸 그들도 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란 내 핵시설을 공격해선 안 된다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경고에 주의를 기울일 것이냐는 질문에는 "미국과 서방은 이란이 핵역량을 갖추는 걸 막을 책임을 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너무 늦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논 대사는 "우리는 이란과의 전면전이 벌어지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계산된 대응을 할 것이고, 그들 역시 그것(전면전)을 원치는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와, 레바논에서 헤즈볼라와 싸우며 우리의 역량을 보여줬다. 그들은 우리와 전쟁을 벌이기 전에 베이루트와 가자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보는 게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란은 이스라엘이 재보복에 나선다면 "더욱 강력한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2일 카타르 도하에서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이스라엘이 중동의 불안정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우리에겐 대응 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이스라엘이 (다시) 대응하고 싶어 한다면 우리는 더 강력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모하마드 호세인 바게리 이란군 참모총장도 2일 "우리는 (이스라엘) 정권의 경제 기반시설을 공격할 역량이 있었지만 군사 기지만을 겨냥했다"면서 "시오니스트 정권(이스라엘)이 통제되지 않고 이란을 상대로 행동에 나선다면 우리는 그들의 모든 기반시설을 겨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막아낸 이스라엘은 2일에도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세를 이어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 도심과 교외에서 헤즈볼라 군사시설 등에 대한 표적 공습을 진행했다. 레바논 남부 일대에선 국경을 넘어 진격해 온 이스라엘 지상군과 헤즈볼라 무장대원들 간 교전이 격화하고 있다.
레바논 보건당국은 이날 베이루트 중심가를 겨냥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최소 6명이 숨지고 7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지상작전에 투입된 특수정찰부대원 등 장병 8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헤즈볼라에 대한 이스라엘의 공세가 본격화한 이래 이스라엘군에서 전사자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