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경영 선언' 한 달…한미약품-사이언스 곳곳 불협화음

입력 2024-10-04 14:38  

'독자경영 선언' 한 달…한미약품-사이언스 곳곳 불협화음
인사·홍보·회계·관재·전산 등서 양측 마찰 속출
내달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까지 갈등 계속될 듯



(서울=연합뉴스) 나확진 기자 = 한미약품그룹의 대주주 간 경영권 분쟁 가운데 핵심 사업회사 한미약품[128940]이 지난 8월 말 '독자경영'을 선언한 이후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008930]와 한미약품 간 불협화음이 한 달여 이상 지속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연구개발(R&D)이나 제조·판매 등 핵심 업무 부분에서는 문제 없이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하지만, 인사·홍보·회계·관재·전산 등 업무지원 분야에서 대주주·경영진 사이 의견이 나뉘는 경우 업무 진척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28일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가 인사조직을 신설하며 이모 전무와 권모 전무를 각각 인사팀장과 법무팀 담당으로 발령했지만, 이들에 대해서는 지난달 월급이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또 이들 두 전무에 대해 사내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하고자 했지만,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응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미약품 측은 "그동안 인사, 회계, 관재, 전산 등의 업무를 한미사이언스에 위탁계약을 통해 맡겨 왔는데, 한미사이언스 측이 계약상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이들에 대한 급여 지급이나 사무공간 마련 등에 협조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은 "지주사 체계 출범 이후 한미약품 인사는 지주사와 협의 후 진행했는데, 이들 두 전무에 대한 인사 발령은 그와 같은 협의 없이 이뤄진 것으로 절차에 맞지 않게 진행된 것"이라며 해당 인사발령에 따른 후속 조치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미약품 측은 종래 한미사이언스가 독단으로 한미약품 인사를 한 경우도 있다며 문제 제기했다.
한미약품 측은 지난 5월 한미약품 부사장으로 선임된 A씨에 대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 결재 없이 한미사이언스에서 발령한 인사이고, 맡은 직책이 없이 급여가 지급되고 있다며 인사 발령을 바로잡기 위해 한미사이언스에 공문을 보내고 이사회에도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한미사이언스 측은 A씨 인사발령은 박재현 대표와 상의하고 합의 하에 이뤄졌고, 앞서 6~8월 A씨에 대한 급여 지급에 대해서도 박 대표가 서명하는 등 종래 문제 삼지 않았던 것을 한미약품에서 뒤늦게 문제 삼고 있다고 반박했다.



A씨는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그룹 창업주의 친척으로 한미약품에서 30여년간 재직하다 몇 해 전 퇴직했으며, 지난 3월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임종윤 사내이사 형제 측을 지지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보 예산 집행 등도 차질을 빚고 있다.
한미약품그룹의 홍보 업무는 종래 한미약품 홍보팀에서 담당했는데, 그룹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한미사이언스와 한미약품의 홍보 방향이 어긋나는 경우가 생기면서 8월 말 이후 한미사이언스의 홍보자료는 기존 홍보팀의 이메일이 아닌 별도 계정으로 발송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한미약품 홍보 예산 일부를 한미사이언스 측에서 결재하지 않음으로써 예산 집행이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 측은 회계 업무를 위탁받은 한미사이언스가 위탁받은 권한을 넘어 업무 집행을 막고 있다는 입장인 반면, 한미사이언스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던 홍보 예산 집행을 한미약품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려 해 제지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기존 한미약품 홍보팀과 별도로 한미사이언스에 홍보 조직을 갖추기 위해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이 외에도 앞서 한미사이언스가 박재현 대표를 사장에서 전무로 강등시키고 업무영역을 제조본부 관련 사항으로 한정한 이후, 제조본부 이외 사안과 관련한 박 대표의 내부 전산망 결재·글쓰기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일정 부분 막혀 있다고 주장했다.
두 회사의 이 같은 불협화음은 적어도 11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임종윤 형제 측 이사가 5명으로, 이들의 모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누이 임주현 부회장·개인최대주주 신동국 한양정밀회장 등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을 요구하는 '3자 연합' 측 이사 4명에 비해 수적 우위를 보인다.
하지만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총에서 3자 연합이 요구한 이사회 정원 확대와 임 부회장·신 회장 등 2명 이사선임 안건이 모두 통과된다면 3자 연합 측에서 그룹 경영권을 가져가면서 3자 연합의 방침에 맞게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의 관계가 재정립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임시 주총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된다면 그룹 경영권은 형제 측이 계속 가지게 되고, 뒤이어 개최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미약품 임시 주총에서 한미사이언스가 요구한 박 대표의 이사 해임안건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총에서 이사회 정원 확대 안건은 부결되고 3자 연합 측 이사 1명만 추가로 선임됨으로써 이사회 구성이 5대 5 동수가 되는 등으로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 공시들에 따르면 송 회장 등 3자 연합과 특별관계자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은 48.13%, 임종윤·종훈 형제와 그 특별관계자 지분은 29.7%다. 다만 지난 3월 정기 주총 사례에서 보듯 특별관계자 가운데에도 이탈표가 생길 수 있으며, 정관변경이나 이사 해임 등은 주총 특별결의 사안으로 출석 의결권의 3분의 2 찬성이 필요하다.

ra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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