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충권 의원 지적…'이사회 사유화 의혹'도 제기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국내 유일 국제이론물리연구소인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 소장의 갑질과 이사회 사유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충권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포항지방노동청은 포항공대에 본부를 둔 아태이론물리센터 방윤규 소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자료에 따르면 방 소장은 회의 중 화가 났다는 이유로 유리컵을 고의로 내려찍었으며, 그 과정에서 유리 파편이 현장에 있던 직원 6명에게 튀어 찰과상을 입힌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는 임신을 한 행정직원도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의원은 직장 내 괴롭힘 외에도 방 소장 재임 기간 센터 퇴직률이 29.8%로 높게 나타나는 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전임 소장의 평균 임기가 4.6년인데 반해 방 소장이 7년간 두 차례 연임하며 센터 이사회를 사유화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전남대 교수 출신인 방 소장은 2017년 센터 이사로 재직하던 중 소장으로 부임했다. 이후 2019년과 2022년 두 차례 연임했다.
당초 소장은 연임 제한이 없었으나, 올해 3월 과기정통부가 1회 연임 제한 규정을 도입한 시점과 맞물려 방 소장은 올해 센터 예산 삭감을 이유로 들며 차기 이사회가 열리는 11월에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올해 1월 이사회에서 방 소장은 기존 소장 임기인 내년 11월까지 상임이사로 임명됐고, 3월 이사회에선 이와 관련해 상임이사에게 보수를 지급할 수 있다는 규정이 신설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1월 이사회에서는 정부로부터 2024년 센터 예산으로 22% 삭감안을 제시받자 방 소장이 자신의 보수 1억2천만원을 예비비에서 사용해 추가하는 내년도 예산안을 직접 제시하기도 했다.
현재 방 소장은 독일 출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합뉴스는 박 의원의 이런 의혹 제기와 관련해 센터 측에 연락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박 의원은 "센터가 과기정통부의 관리 감독 부실과 무관심으로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조속한 자체 감사와 기관 재정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노동청 조사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고, 소장은 사무국 직원들이 소장의 지위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는 것 같다"며 "내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있기도 한 만큼 글로벌 협력에 있어 중요한 기관으로 인지하고 있고, 중장기적으로 잘 관리하겠다"고 말했다.
아태이론물리센터는 1996년 설립된 우리나라 첫 국제연구소로 정부의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연구직 33명, 사무직 23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아태지역 이론 물리 및 기초과학 분야에 학술 공동연구와 국제협력, 과학커뮤니케이션 등 활동을 하고 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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