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서 한국 대학 12개 부스 차리고 입학설명회·상담
현지 고교생 등 1천여명 방문…선배 유학생 참석해 경험담 나누기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임미나 특파원 = 5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 부에나파크의 한 쇼핑몰 광장에서 열린 첫 한국유학박람회(Study in Korea College Fair in USA)는 한국에서 온 교육 관계자들과 현지 방문객인 미국 학생, 가족들로 북적였다.
교육부 산하 기관인 LA한국교육원이 미국 학생들의 한국유학을 지원하는 북미 거점 한국유학지원센터를 전날 LA 시내에 개소한 것을 계기로 5∼6일 이틀간의 일정으로 연 행사로, 한국 정부 기관이 미국에서 유학박람회를 개최한 것은 처음이다.
그동안은 한국 학생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가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았으나, 이제는 반대로 미국 학생들 가운데서도 한국으로 유학을 오거나 유학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이들을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것이다.
첫날인 이날 행사장에는 오전 11시 문을 열자마자 현지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져 몇 시간 만에 방문객이 1천여명을 넘어섰다. 주최 측이 방문객들에게 증정용으로 준비한 기념품이 일찌감치 모두 동났다.
박람회 부스를 방문한 현지 학생들 가운데는 한국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지만, 백인과 흑인, 히스패닉 등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행사장에는 경희대, 고려대, 이화여대, 포항공대, 한양대, 건국대, 단국대, 부산대 등 12개 대학이 부스를 차려 현지 학생들을 맞았다.
이날 이화여대 부스에서 상담한 고등학생(미국 9학년) 소피아 소카는 아직은 막연한 수준이지만 고교 졸업 후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을 진지하게 고려 중이라고 했다.
소피아는 연합뉴스 기자에게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K팝과 한국 드라마 등 한국의 모든 것을 정말 좋아한다"고 말했다.
애리조나에 사는 소피아의 가족은 다른 일정으로 이곳에 왔다가 한국유학박람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들르게 됐다고 했다.
소피아는 "나는 아직 14살밖에 안 됐지만, 나중에 내가 정말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우선 한국에서 살면서 공부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라고 했다.
소피아의 아버지 레이즈 소카 씨 역시 "우리 딸이 언어가 통하지 않는 외국에 갈 용기를 낸다는 게 정말 멋지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상담을 맡은 이화여대 관계자는 학교가 서울 시내에 있고 생활 편의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모든 것이 문 앞에 있어서 편리하다"고 소개했다.
부산대 등 여러 대학 부스에서 상담한 학부모 젠트리 주주나거(47) 씨는 차로 2시간이 넘는 거리인 샌타바버라에서 딸 둘과 함께 이곳에 왔다고 했다.
그는 큰딸이 인근에서 열리는 JYP엔터테인먼트의 글로벌 오디션에 참가하러 왔는데, 마침 한국유학박람회가 열리는 것을 보고 들러 진학 상담을 받았다고 했다.
그는 딸들이 K팝과 한국 드라마를 좋아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74세인 어머니까지 한국 드라마에 푹 빠져 있다면서 최근 온 가족이 함께 보고 있는 드라마는 정해인 주연의 '엄마친구아들'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또 아직 한국에 가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드라마 속에서 워낙 많이 봐서 서울은 물론 부산도 잘 아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부산이 아주 아름다운 도시인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그는 "딸의 꿈을 응원한다"며 "딸은 K팝 아이돌이 되고 싶어 하는데, 만약 그 꿈을 이루지 못하더라도 한국에서 공부하며 많은 것을 경험하고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먼저 한국 유학을 다녀온 '선배' 미국 학생이 경험담을 공유하는 시간도 있었다.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이화여대에서 3년간 유학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제네바 샴페인 씨는 현지 학생들에게 한국유학을 강력히 추천했다.
그는 중학생 때였던 2007년 원더걸스를 좋아하게 되면서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고, 대학 때 두 달여간 한국에서 인턴십을 한 뒤 한국을 더 좋아하게 돼 본격적인 유학길에 올랐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장학생 프로그램 'KGSP'에 지원해 합격한 과정과 절차를 자세히 설명한 뒤 이후 3년간의 한국유학 생활에 대해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 한국의 음식, 문화, 사람들, 모든 기회 등이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한국에서 보낸 3년은 내 인생 최고의 시간 중 하나였다"고 돌아봤다.
아울러 "한국유학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 특유의 '정'이라는 개념"이라며 "이것은 사랑이나 유대감, 동정심, 그리고 이웃을 내 가족의 일부처럼 바라볼 수 있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러분이 한국에 갔을 때 한국 사람들이 여러분을 포용하는 방식에서 진정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말로 표현하기 힘든 경험이었기 때문에 한국에 관심 있는 모든 사람이 직접 가서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현재 필라델피아에서 거주하며 힐튼 호텔의 공급업체 분석 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그는 한국유학 경험이 취업에도 큰 도움이 됐다고 돌아봤다.
그는 "말도 잘 통하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에 부딪히면서 무언가를 성취해 낸 이력은 앞으로 그 어떤 일이라도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신뢰감을 주기 때문에 채용 담당자들이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이날 행사장에서는 현지 고등학교 중 한국문화 동아리(클럽)가 활발히 운영되고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은 학교들인 서니 힐스(Sunny Hills)·웨스트(West)·가(Gahr) 하이스쿨 학생들의 K팝·태권도·부채춤 등 공연이 펼쳐져 현장의 열기를 더했다.
min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