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처럼 '군소정당 표 분산 탓 북부 경합주 패배' 재현 우려
(워싱턴=연합뉴스) 강병철 특파원 =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서 초박빙 대결이 계속되자 민주당이 군소 정당인 녹색당에 대한 공격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대선 승패를 결정하는 경합주에서 오차범위 내 대결을 벌이는 상황에서 지지층이 다소 겹치는 녹색당으로 표가 분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11일(현지시간) 녹색당 질 스타인 후보를 겨냥해 "스타인에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는 내용의 광고를 공개했다.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북부 경합주와 전국의 케이블TV에서 방영되는 30초 분량의 이 광고는 여성인 스타인 후보가 서서히 트럼프 전 대통령의 모습으로 바뀌는 모습을 담고 있다.
광고는 '공화당, 질 스타인 띄우기', '스타인, 2016년 대선 망치다' 등의 언론 보도 제목을 보여주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6월 유세에서 "난 질 스타인이 매우 좋다. 그녀는 해리스 표만 100% 가져가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끝난다.
민주당이 녹색당 후보를 겨냥해 광고를 내보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민주당이 녹색당 후보 공격에 나선 것은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경합주에서 대체로 1~2%포인트 내외의 초박빙 경쟁을 벌이고 있어서 제3당 후보의 득표력이 승패에 결정적일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에 따르면 진보 성향의 스타인 녹색당 후보, 무소속 코넬 웨스트 후보, 자유주의 성향의 체이스 올리버 자유당 후보 등 군소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1% 이하다.
이 가운데 스타인 및 웨스트 후보는 민주당과 지지층이 다소 겹치는 상태다.
특히 스타인 후보의 경우 미국 내 무슬림과 친팔레스타인 단체의 연합인 '미국 무슬림 2024 선거 태스크포스(TF)' 등의 지지를 받았다고 NYT는 전했다.
DNC 고문인 램지 리드는 성명에서 "2016년과 마찬가지로 질 스타인이 대선을 이길 수는 없지만, 누가 대통령이 되는지 결정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해리스가 아닌 다른 후보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인 후보는 지난 2012년, 2016년에 이어 이번에 세 번째 대선에 도전하고 있다.
민주당은 스타인 후보를 비롯한 제3당 군소후보의 이름이 투표용지에 포함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변호사 군단도 고용한 상태라고 NYT는 보도했다.
스타인 후보는 7개 경합주 가운데 네바다를 제외한 6곳에 후보 등록을 하는 데 성공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스타인 후보는 전날 인터뷰에서 "해리스 캠페인은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비판했다고 WP는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2016년 대선의 경우 스타인 녹색당 후보는 북부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 민주당 표를 분산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3곳에서 힐러리 클린턴 당시 민주당 후보를 근소하게 이겼는데 스타인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 간 득표차 이상의 표를 가져갔다.
가령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클린턴 전 장관간 득표차는 4만4천여표였는데 스타인 후보는 이곳에서 4만9천여표를 얻었다고 뉴스위크 등은 보도했다.
solec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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