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철환 기자 =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중심가에서 모병관들이 입대연령대의 남성들을 끌고가 강제로 입대시키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소셜미디어에서 확산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지난 12일 우크라이나 인기 록밴드 오케인 엘지의 공연이 진행된 키이우 시내 실내경기장 앞에선 콘서트를 보러 온 남성들이 모병관들과 몸싸움을 벌이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경찰을 동원, 현장의 남성 전원을 대상으로 서류검사를 진행하면서 검사를 거부하거나 문제가 있는 서류를 보인 이들을 즉석에서 입대시켰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로 공유된 한 영상에는 "내게서 물러나라"고 외치며 끝까지 저항하던 남성이 결국 모병 데스크로 끌려가는 모습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경찰은 인근 쇼핑센터와 인기 레스토랑 앞에서도 남성들을 대상으로 같은 검사를 진행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3년째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는 심각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전쟁 발발 초기에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입대해 조국을 지키는데 앞장섰지만, 전쟁이 길어지면서 입대자가 감소했고 병역비리까지 기승을 부린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올해 4월 징집기피자 처벌을 강화하고 징집 대상 연령을 '27세 이상'에서 '25세 이상'으로 확대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최근에는 러시아와 마찬가지로 죄수까지 징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입대를 꺼리는 분위기가 이미 팽배해진 까닭에 이러한 조처에도 병력난은 여전한 상황이라고 한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올렉산드르 다닐리우크 연구원은 "(군에) 동원되는 것이 죽거나 장애인이 돼서야 퇴역할 수 있는 일방통행 티켓으로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방 정보기관은 이번 전쟁에서 러시아군이 65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냈다고 보고 있다. 우크라이나군 사상자는 그 3분의 1 혹은 4분의 1 수준일 것으로 추산되지만 전체 인구가 약 3천500만명이란 점에 비춰보면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징집에 대한 공포가 커지면서 목숨을 걸고 국외로 탈출하는 남성들도 나오고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앞서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전쟁 발발후 지난 4월까지 최소 30명의 우크라이나인 남성이 무단으로 국경을 넘으려다 사망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상당수는 헤엄쳐 강을 건너려다 익사하거나 산을 넘다가 동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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