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남 리셴양 "유언 따라 철거 신청"…장남 리셴룽 전 총리는 반대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싱가포르 국부(國父)로 추앙받는 고(故) 리콴유 초대 총리 사저가 또다시 철거와 보존의 갈림길에 섰다.
15일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와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리콴유 전 총리의 차남 리셴양 전 싱가포르 민간항공국 이사회 의장은 페이스북에 유언을 받들어 부친 자택을 허물고 가족이 살 작은 집을 신축하기 위해 당국에 철거 허가를 신청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그는 "아버지는 딸 리웨이링이 집을 떠나면 즉시 철거하기를 원했다"며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유언을 이행하는 것이 나의 의무"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옥슬리가 38번지에 있는 리콴유 전 총리 자택은 1890년대 말에 지어졌으며, 리콴유 가족이 1950년대부터 살기 시작했다.
1965년 독립 이후 장기집권 중인 인민행동당(PAP) 창당 논의가 진행된 곳이며, 리셴룽 전 총리가 자란 집이기도 하다.
2015년 리콴유 전 총리 별세 후 장남 리셴룽 전 총리는 사저 처리 문제로 여동생 리웨이링 전 싱가포르 국립 뇌신경의학원 원장, 리셴양과 수년간 분쟁을 벌여왔다.
리웨이링과 리셴양은 당시 총리였던 리셴룽이 "집을 허물라"는 유언을 어기고 사저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리셴룽은 이런 주장이 거짓이라고 맞서며 유언장 조작 가능성을 제기했다.
양측이 서로 각종 의혹을 제기하며 폭로전을 펼치면서 진흙탕 싸움이 벌어졌다.
리셴양은 이 집에 살던 누나 리웨이링이 지난 9일 사망하자 철거를 시도하며 '형제의 난'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앞서 논란이 커지자 2018년 정부 장관급 위원회는 국가기념물 지정, 일부 공간만 보존, 철거 후 재개발 등 처리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냈다.
리셴룽 당시 총리는 여동생이 거주 중이어서 당장 결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지만, 리웨이링 사망으로 새 정부가 선택을 내려야 할 상황이 됐다.
리콴유 초대 총리는 1959년 6월부터 1990년 11월까지 31년간 집권했다. 리셴룽 전 총리는 2004년 8월 제3대 총리로 취임해 지난 5월 약 20년 만에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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