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국의 방위비(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을 대폭 올려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자신이 재임하고 있다면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천500억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시카고에서 블룸버그통신 편집국장과 진행한 대담에서 이같이 밝히고 "그들(한국)은 기꺼이 그렇게 할 것이다. 한국은 머니 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를 의미)"이라고 했다. 100억 달러는 한미가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으로 합의한 1조5천192억원의 9배에 가까운 액수다. 트럼프가 재집권할 경우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대담에서 재임 시 처음에는 한국에 연간 50억 달러의 방위비 분담금을 요구했으나 한국이 난색을 보여 일단 20억 달러를 내게 하고 그다음 해에 50억 달러로 만들려 했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자신이 논의한 것을 뒤집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과의 협상 과정을 이렇게 설명하면서 "나는 한국에 '우리 군인 4만명이 거기 있다. 당신들은 비용을 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다'고 말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트럼프는 지난 13일 방영된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비슷한 취지의 언급을 했다. 그는 "그들(한국)에게 4만명의 병사가 거기 있는데 그들은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며 "(이를 통해) 한국과 훌륭한 거래를 했다"고 밝혔다. 주한미군 철수나 감축을 지렛대 삼아 분담금 협상을 성공적으로 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트럼프가 언급한 주한미군 '4만명'은 숫자부터 잘못됐는데 그의 주장이 유권자들의 표심을 겨냥해 의도적으로 과장됐을 수도 있다. 주한미군 규모는 현재 2만8천500명 수준이다. 그렇지만 '한국은 부유하면서도 안보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트럼프의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다면 문제다. 되레 분담금 요구 액수를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2배 늘렸다. 한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국방비 가이드라인인 '국내총생산(GDP)의 2%'를 넘는 2.5% 수준의 국방비를 지출하고, 주한미군 주둔비용도 한미가 거의 대등한 수준으로 부담하고 있다. 이런 사실을 트럼프가 의도적으로 무시하거나 왜곡할 수도 있지만 그간 트럼프 진영을 상대로 한 정부의 외교적 소통 노력이 부족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방위비 분담금에만 트럼프 리스크가 있는 건 아니다. 경제 분야에도 심각한 우려가 계속 나온다. 16일 세계경제연구원이 주최한 온라인 세미나에서 제프리 샷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국과의 무역 적자에 주목해 방위비 분담금과 자동차·반도체 관련 미국 내 투자, 수출 제한 등을 비롯한 무리한 요구를 다시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이 응하지 않으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중단 위협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현재 미 대선 판세는 박빙 구도에서 트럼프의 상승세가 주목되는 상황이라고 한다. 트럼프 진영에 한국의 목소리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외교적 노력을 다각적으로 더 기울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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