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 이탈리아-알바니아 협정 체결…'난민 하청' 비판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첫 이주민 그룹을 태운 이탈리아 해군 함정이 16일 새벽(현지시간) 알바니아 서북부 셴진항에 입항했다고 AFP,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가 지난해 11월 체결한 이주민 협정에 따라 알바니아 이주민 센터로 이송된 첫 이주민들이다. 총 16명(방글라데시 10명, 이집트 10명)으로 모두 남성이다.
알바니아에 도착한 이주민들은 이탈리아 법원의 판사에게 화상으로 망명 신청 이유 등을 설명하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주민 센터에서 대기하게 된다. 망명 신청이 거부되면 알바니아에서 곧바로 본국으로 송환된다.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 단체들은 망명 신청자의 인권이 제3국에서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을지 우려하고 있다. 또한 국제법에도 어긋난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전날 의회 연설에서 이러한 비판을 일축했다.
그는 "새롭고 용기 있고 전례가 없는 길"이라며 "유럽 정신을 완벽하게 반영하는 길이며 다른 비유럽연합(EU) 국가들도 따라야 할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주민 문제를 제3국에 '하청'준 것은 유럽 최초의 사례로 다른 유럽 국가들도 이탈리아의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 대륙과 가까워 아프리카·중동 이주민 유입 급증으로 골머리를 앓아왔다. 이주민이 각종 사회 혼란을 야기하고 복지 제도에 무임 승차해 내국인이 역차별받는다는 반이민 여론도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반이민 정서를 등에 업고 2022년 10월 집권한 멜로니 총리는 이주민 유입 억제를 위해 지난해 11월 6일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와 이주민 협정을 체결했다.
아드리아해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는 알바니아에 이주민 센터를 건설해 이탈리아 해역에서 구조한 불법 이주민들이 자국에 발을 들이지 못하도록 이 센터에 보내 망명 신청을 처리한다는 '외주 계약'을 맺은 셈이다.
알바니아 이주민 센터는 애초 5월 1일부터 운영될 예정이었지만 공사 지연 등으로 계속 미뤄지다 이날 첫 입소자를 맞이했다.
이탈리아는 두 센터에 5년 동안 6억7천만유로(약 9천896억원)를 쓸 계획이다. 이 시설은 이탈리아가 운영·관할하며 알바니아는 외부 경비를 맡는다.
이주민 센터는 최대 3천명 규모로 이탈리아는 이를 통해 알바니아에서 연간 3만6천명의 망명 신청을 처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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