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2주전까지 총리 지낸 기시다입니다"…日 총선 유세

입력 2024-10-16 21:54  

[르포] "2주전까지 총리 지낸 기시다입니다"…日 총선 유세
퇴임 기시다 총선 11일 전 거리 연설…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사과


(도쿄=연합뉴스) 박성진 특파원 = "2주 전까지 일본 총리를 지낸 기시다 후미오입니다."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를 11일 앞둔 16일 오후 7시께 도쿄 메구로구 나카메구로GT타워 앞 광장.
기시다 전 총리가 이 지역구에 입후보한 집권 자민당 후보 이마오카 우에키를 지원하기 위해 거리 유세 차량 위에 올랐다.
그가 마이크를 잡고 연설을 시작하자 청중은 일제히 스마트폰과 카메라를 들었다.
지난달 말 자민당 총재 3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한 기시다 전 총리는 자민당 파벌 '비자금 스캔들'로 퇴임 직전 10∼20%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이날 유세 현장에서는 그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아 보였다.
소셜미디어 등으로 그의 연설 일정을 사전에 확인한 시민들은 유세 시작 한 시간 전부터 모여들기 시작해 연설 시작 때는 200명가량의 시민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기시다 전 총리는 사과로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자민당의 정치와 돈의 문제로 국민의 신뢰를 잃는 사태를 초래해 진심으로 사과한다"면서 "(제가) 자민당 총재로서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퇴진했다"고 말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지난해 연말 터진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이후 자민당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결국 지난 8월 이 문제에 대해 책임지고 연임 도전을 포기한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날 약 10분 동안 연설하면서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와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국내외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민당을 지지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시다 전 총리는 이날 오전 다른 총선 후보 지원 연설에서는 한일 관계 개선과 미일 동맹 강화 등 자신의 재임 기간 업적을 거론하며 자민당 지지를 호소했다고 산케이신문은 전했다.



전임 총리가 유세하는 현장인 만큼 경계는 어느 때보다 삼엄했다.
기시다 전 총리는 재임 당시인 지난해 4월 와카야마시에서 자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던 중 폭발물이 날아오는 테러를 당했으나 다행히 폭발물이 터지기 전에 피해 부상을 면했다. 앞서 아베 신조 전 총리는 2022년 7월 나라시 선거 유세 현장에서 피격으로 사망했다.
이 때문에 유세 현장에서는 철제 간이 울타리가 연설 차량 주위로 설치돼 청중과 연설자의 거리가 10m 이상 떨어져 있었다.
또 연설 차량 앞에 마련된 청중석으로 들어가려는 사람은 가방까지 검색받은 뒤 금속물 탐지도 다시 한번 통과해야 했다.
연설 시작 한 시간 전에는 경찰 폭발물 탐지견이 현장 주변을 돌기도 했다.
전날 후보자 등록을 시작으로 약 2주간의 선거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운데 이날 유세 현장을 찾은 다양한 연령대의 청중은 진지한 표정으로 총선 후보와 기시다 전 총리의 연설을 귀담아들었다.
현장에서 만난 일반 시민들은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뿐 아니라 고물가 등 경제 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초등학생 딸과 함께 유세를 보러온 지역 주민인 50대 여성 가토 씨는 "물가가 너무 올라서 살기가 어렵다"면서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할 후보를 찍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교 4학년이라고 자신을 밝힌 학생은 비자금 스캔들을 거론하며 "자민당이 더욱 자신에게 엄격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리더십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오는 27일 치러질 이번 총선 투표에서는 일본 전국 289개 소선거구(지역구)와 11개 권역의 비례대표(176석)를 합쳐 중의원 전체 465석이 결정된다.
교도통신이 지난 12∼13일 18세 이상 유권자 1천264명을 상대로 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65.2%는 투표할 때 비자금 사건을 '고려할 것'이라는 의향을 보이는 등 자민당 비자금 문제는 여전히 선거의 주요 쟁점이다.

sungjin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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