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인수 뒤 이달 복간 준비…실제 인쇄는 안돼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가운데 이달 복간될 예정이었던 52년 전통의 월간 문예지 '문학사상'이 출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복간을 기념해 재창간호까지 제작하고 목차 등 일부 내용을 온라인 서점에 공개했으나, 실제 인쇄는 이뤄지지 않았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부영그룹의 이중근 회장이 사재를 출자해 설립한 우정문고는 지난 7월 말 경영난으로 폐간 수순을 밟고 있던 월간 문학사상을 인수했다.
부영 측은 당시 고승철 전 동아일보 출판국장을 사장으로 선임하고, 문학사상을 복간해 10월에 제2 창간호를 발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 우정문고는 최근 문학사상 재창간 기념호 작업을 마치고 온라인 서점 등을 통해 '미리보기' 형태로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온라인 서점에 공개된 목차 등을 보면 470여페이지로 구성된 재창간 기념호에는 황석영 작가의 특별 인터뷰를 비롯해 소설가 권지예·김별아·김숨·이경란·강만수·고은주·복거일의 소설이 실렸다.
또 강신애·강은교·고두현·박미산·손정순 등의 신작 시, 그 외 에세이, 희곡, 동화 등이 담겼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부친인 한승원 작가 등의 기념축사와 함께 문학사상 회장 겸 발행인을 맡은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재창간사도 앞머리에 실렸다.
이 회장은 재창간사에서 "문학사상이 한국의 문화 발전에 큰 거름이 되고 노벨문학상 수상의 디딤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필자에게 최고의 원고료를 지급하고, 우정문학상을 제정해 최고의 상금을 준비하도록 하겠다"는 운영 계획도 밝혔다.
한 출판업계 관계자는 "예전 문학사상에 비해 분량도 크게 늘었지만 굉장히 공을 들여 복간을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문학사상은 인쇄물로는 출간되지 않았다. 온라인 서점에 내용 일부를 공개한 직후 인쇄본 제작을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온라인 서점에는 '유통이 중단돼 구할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품절 안내를 하고 있다.
문학사상에 대해 잘 아는 한 관계자는 "보통 홍보용으로 온라인 서점에 먼저 내용을 공개하는데, 공개 직후 내부 판단에 따라 인쇄는 안하기로 결정했다"며 "일단 무기한 연기하기로 하고 모든 가능성을 다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추후 발간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복간이 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재창간 기념호에 글이 수록됐던 한 작가가 개인 SNS에 "모 기업이 문학사상 잡지를 재창간한다며 청탁해 교정지까지 뽑아놓고는 재창간이 불분명해졌다고 작가들에게 작품을 돌려줬다"는 글을 올린 것도 이런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부영그룹 측은 "조금 보완하자는 의견이 있어 지연되는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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