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살상 우려에 오락가락…3월에 끊었다 8월 물량 급증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정부가 올해 초 사실상 중단한 이스라엘 상대 무기수출을 재개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독일에서 넘겨받은 무기로 국제인도법을 위반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 등 독일 언론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전날 의회에 출석해 "현재도 무기가 전달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며 "이스라엘은 이를 신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은 이스라엘의 맹방이지만 올해 3월 이후 무기 공급을 거의 끊었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를 내는 데 독일산 무기가 쓰일 경우 국제 법정에서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어서다. 니카라과는 독일을 집단학살 방조 혐의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면서 무기공급도 중단시켜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함께 냈다.
독일 정부는 다만 무기수출을 중단한다고 공식 선언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 정부에 독일산 무기로 국제인도법 위반 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독일은 이같은 약속을 서면으로 받은 뒤 무기수출 허가를 재개한 것으로 보인다고 SZ는 전했다.
실제로 올 들어 지난 13일까지 4천574만유로(약 681억원) 상당 무기수출 가운데 3천만유로(약 447억원) 이상이 8월21일 이후 허가됐다.
이스라엘 안보를 국가의 존재 이유로 삼는다는 독일 정치권에서는 야당을 중심으로 연방정부에 무기수출을 막지 말라고 요구해 왔다. 무기수출 규제에는 녹색당 소속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무장관과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각에서는 국제법 준수에 대한 약속을 요구한 게 이스라엘 모욕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자유민주당(FDP) 볼프강 쿠비키 의원은 "완전히 어리석은 지적 모욕"이라며 "독일의 역사적 책임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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