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미국 대선이 다음 달로 다가왔지만, 각 지역 선거 당국은 투표소에 배치할 인원을 구하지 못해 발을 구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투표관리 인력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전국에 산재한 5천여 개의 지역 선거 당국이 대선 등 연방 선거의 관리를 담당한다.
2022년 중간선거와 관련해 미국 선거지원위원회(EAC)가 낸 자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되는 투표소의 수는 9만 5천개에 달한다. 또 투표 관리를 위해 약 64만5천 명이 고용된다.
투표소 설치와 투표사무원 및 안내요원 채용과 교육은 지역 선거 당국의 소관이다.
문제는 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도 투표사무원과 안내요원을 충원하지 못한 선거 당국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초당파 선거인력 채용 단체인 '파워 더 폴스'(Power the Polls)에 따르면 경합주인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에서는 여전히 투표소를 설치할 인력과 대선 당일 일할 임시 인력을 물색 중이다.
메릴랜드, 오하이오, 플로리다주에서도 공무원들이 선거인력을 채용 중이다.
선거 당국이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 것은 미국 내 진영 간 갈등이 격화해 투표에 대한 불신감이 고조된 현상과 밀접하게 관련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0년 대선에서 부정선거 때문에 패배했다고 주장하면서 선거관리 요원들에 대한 공격 우려가 커졌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디트로이트에서는 트럼프 지지자 수백명이 부재자 투표 개표 현장에 몰려가 개표 중단을 요구하면서 자원봉사자들을 위협했다.
대선 이듬해인 2021년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선거 종사자들을 겨냥한 살해위협이나 폭력행위가 100건 이상 신고됐다.
진보 성향 비영리단체인 뉴욕대 법학전문대학원 산하 브레넌정의센터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선거 종사자의 38%가 위협, 괴롭힘, 학대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0명 중 7명은 2020년 이후 이러한 위협이 증가했다고 답했으며, 10명 중 4명은 선거 사무소와 투표소에 방탄유리나 비상단추 등 추가적인 보안 조치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미국 법무부는 올해 대선에서도 선거 종사자에게 각종 위협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특히 올해 대선의 승패를 결정할 경합 주의 경우 선거 종사자의 안전 문제가 더 크게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인력을 아직 충원 중인 네바다, 애리조나, 위스콘신 등은 대표적인 경합주다.
경합 주가 아닌 경우에도 선거 당국은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州) 찰스턴 카운티 선거위원회 책임자인 아이잭 크래머는 "선거관리 요원들의 안전 문제가 가장 큰 도전"이라고 말했다.
선거 종사자가 노동강도에 비해 큰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구인난의 원인으로 꼽힌다.
캔자스주의 존슨 카운티의 경우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 일할 직원 모집에 1천 명 이상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이후 교육 과정에서 상당수 지원자가 이탈했다.
대선 당일 새벽 5시부터 15시간을 근무하는 강행군을 해야함에도, 보수가 150~200달러(약 20만5천~27만3천 원)에 불과하다는 데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선거 당국의 분석이다.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부 지역 선거 당국은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뉴저지주 버겐 카운티 선거 당국은 법 개정을 통해 선거 종사자의 연령 하한 기준을 16세로 낮추고, 고등학생 350명을 대선 당일 투표소에서 근무하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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