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비율 상향…에너빌 주주 주식 더받아(종합2보)

입력 2024-10-21 18:03  

두산, 로보틱스·밥캣 합병비율 상향…에너빌 주주 주식 더받아(종합2보)
로보틱스-밥캣 모회사 에너빌리티 신설법인 합병비율 1대 0.031→0.043
"에너빌리티 100주 보유시 39만원 증가"…에너빌, SMR 등에 1조원 투자
로보틱스, 농업·건설 전문서비스 시장 공략…밥캣, 무인·자동화시장 선점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김보경 기자 = 두산그룹이 '캐시카우' 역할을 해온 두산밥캣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떼어내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사업 재편안을 재추진한다.
이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을 수 있게 합병 비율도 재산정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 등 3사 경영진은 21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 스캇 박 두산밥캣 대표이사 부회장,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대표이사 부사장 등 최고경영진이 참석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이들 3사 대표는 "사업구조 재편 목적은 자산의 효율적 재배치를 통해 투자여력을 높이고 연관 있는 사업 분야를 묶어서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각 사의 성장 속도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회사 가치를 빠르게 성장시켜 주주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말했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로보틱스는 이에 앞서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이러한 내용을 담은 안건을 의결했다.




◇ 밥캣, 로보틱스 산하로…"소액주주 유리하게 합병비율 조정"
이들 경영진이 공개한 사업구조 재편안은 기본적으로 두산그룹이 지난 7월 발표한 재편안과 비슷하다.
두산에너빌리티를 사업 회사와 두산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 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 법인을 두산로보틱스와 합병하는 방식이다. 구조적으로 본다면 두산밥캣의 모회사가 두산에너빌리티에서 두산로보틱스로 전환되는 셈이다.
두산 3사가 이번에 공개한 새 합병 비율은 기존보다 소액 주주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정됐다.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이 기존보다 두산로보틱스 주식을 더 받게 되는 구조다.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을 보유한 두산에너빌리티 신설 법인의 합병 비율은 1대 0.043으로 변경됐다. 이는 기존 합병 비율 1대 0.031에서 상향 조정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보유한 주주가 받을 수 있는 두산로보틱스 주식은 기존 3.1주에서 4.3주로 늘어난다.
또 분할합병을 통해 두산에너빌리티 주식도 기존 75.3주에서 88.5주로 증가하게 된다.
이에 따라 두산에너빌리티 주식 100주를 가졌다면 보유 주식 가치는 지난 7월 이사회 당시 종가 기준 비교 시 기존 안보다 약 39만원 증가한 셈이라고 두산은 설명했다.
이는 회계상 순자산 장부금액 기준으로 책정했던 기존 두산밥캣 분할 비율을 시가 기준으로 바꾸고, 시가만 적용했던 신설 투자법인과 두산로보틱스 간 합병 비율에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 43.7%를 반영한 데 따른 것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주식이 지급되는 방향으로 분할합병 비율을 변경했다"면서 "두산밥캣 경영권 프리미엄은 과거 10년간 시장 거래사례와 인수·합병(M&A) 프리미엄 평균치를 참고해 산출했다"고 설명했다.



◇ 에너빌리티, 1조 투자여력 확보 '원전투자'…"2028년 추가 영업익 2천억"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사업 재편에 따라 두산밥캣을 분할하면 약 7천억원의 차입금 부담을 덜고 원전 관련 설비 투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기존 원전 역량에 덧붙여 소형모듈원자로(SMR) 분야에서 향후 5년간 약 62기 수주를 목표로 적극적인 시설 투자를 통해 연 20기 규모의 SMR 제작 시설을 확충할 계획이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은 "비영업자산을 정리해 1조원 이상의 투자 여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대형원전, SMR, 가스·수소터빈 등에 즉각적으로 투자해 적기에 시장을 선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편으로 확보되는 재원으로 추가 투자할 때 예상되는 투자수익률은 15% 이상으로, 두산밥캣으로 얻는 기존 배당수익보다 기대이익이 높다"면서 "2028년 기준 2천억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추가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 로보틱스·밥캣 "지게차·협동로봇 시너지 낸다"
두산로보틱스는 전 세계 17개 생산기지와 1천500개 영업 네트워크를 갖춘 두산밥캣과의 합병을 통해 2030년 120조원 규모로 성장할 농업·건설 분야의 전문 서비스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류정훈 두산로보틱스 부사장은 "두산밥캣 지게차와 두산로보틱스 협동 로봇을 결합하는 '지게차-팔레타이저 설루션' 등 시너지를 통해 전문 서비스 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밝혔다.
두산밥캣은 두산로보틱스의 모션 자동화 소프트웨어, 설루션 개발능력 등을 활용해 무인화·자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 1위 중장비업체인 캐터필러가 자동화, 무인주행 기술 개발을 위해 마블 로보틱스를 인수한 것과 같은 이유다.
스캇 박 두산밥캣 부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사업 시너지가 없는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로 있는 것보다 두산로보틱스와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두산그룹은 사업구조 재편을 추진하면서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를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으로 합병하려 했으나, 주주들 반발과 금융당국 압박에 지난 8월 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gogo21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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