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역공'…"영풍·MBK 지분 5.34% 확보, 원천 무효"(종합)

입력 2024-10-22 11:32  

고려아연 '역공'…"영풍·MBK 지분 5.34% 확보, 원천 무효"(종합)
박기덕 사장 기자회견…"사기적 부정거래, 시장 교란 행위 해당"
"경영권 방어 위해 모든 방법 강구…국민연금 결정, 믿고 기다리겠다"



(서울=연합뉴스) 김동규 기자 = 고려아연은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의 고려아연 지분 5.34% 획득 과정에 대해 22일 "소송 절차를 악용하고 시장 교란 행위를 반복한 결과"라며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섰다.
나아가 이들의 지분 매입을 비정상적 유인 거래에 따른 '원천 무효'라고 주장하며 법적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MBK에 대해서는 "거대 자본을 무기로 돈이 되는 회사를 헐값에 약탈하는 기업사냥꾼"이라며 "고려아연을 경영할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 박기덕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법원이 지난 2일에 이어 전날도 영풍·MBK 연합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을 재차 기각하자 이날 MBK를 "투기적 사모펀드"라고 비판하며 고려아연 인수 시도의 부당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이 자신들의 공개매수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보다 일찍 완료된다는 점을 이용해 투자자들을 유인하기 위해 투자자와 시장을 불안하게 하는 방법으로 소송절차를 남용하고 악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풍·MBK 연합이 지난달 공개매수와 동시에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를 구하는 1차 가처분을 제기하며 대응 수단을 봉쇄하려 했고, 갑자기 이를 취하하고 동일한 내용의 가처분을 다시 제기해 심문 기일을 지연시켰다며 "실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행태"라고 지적했다.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이 지난 2일 1차 가처분 기각 뒤 2시간 만에 동일한 쟁점을 주장하며 2차 가처분을 제기한 점도 도마 위에 올렸다.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의 공개매수가 위법해 2차 가처분으로 인해 무효가 될 수 있다'는 억지 주장을 유포했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영풍·MBK가 '고려아연 주식이 주당 66만원이면 충분한 프리미엄 가격'이라고 근거 없이 호언장담하며 증액은 없다고 시장을 기망했지만, 곧바로 75만원으로 증액하고, 공개매수 마지막 날 장 마감 직전 스스로 '고가 매입 배임'이라며 비난하던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가격과 동일한 83만원으로 증액했다"고도 했다.
그는 "주식시장에서는 목적을 가지고 고의로 유포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는 온갖 루머와 마타도어(흑색선전)가 난무했고, 이로 인해 고려아연의 주가는 널뛰기 그 자체였다"며 "그 중심에는 MBK와 영풍이 있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는 주가조작,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교란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들이 해온 행태에 대하여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임을 명확히 밝힌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수사와 조사를 통해 주가조작과 사기적 부정거래 등 시장 질서 교란이 규명되면 영풍·MBK의 공개매수는 그 적법성과 유효성에 중대한 법적 하자가 발생할 수 있다"며 영풍·MBK 연합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자체가 "원천 무효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박 사장은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을 경영할 의지도 능력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MBK와 영풍은 이번 공개매수 전 과정에서 어떤 새 경영진을 통해 어떤 전략과 방법으로 고려아연의 기업가치를 더 높이겠다는 것인지 아무런 구체적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현 경영진이 추진하는 '트로이카 전략'을 그대로 승계하겠다고 하고 국내외 투자자들과의 사업제휴 네트워크를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MBK 같은 기업사냥꾼이나 영풍 같은 실패한 회사가 고려아연의 지배구조 개선을 언급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사장은 현재 고려아연의 우호 지분으로 분류되는 한화, 현대차그룹, LG화학 등의 입장 변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뭐라 말할 수 없고, 각 법인의 생각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참고로 올해 초 정기주총에서 모두 우리 안건에 동의해주셨다. 그 의견에 변화가 없다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우호 지분 추가 확보 계획과 관련해 "경영권 방어를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아연 보유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 추진은 현재 2차 검토를 위한 자료를 (정부에) 제공한 상태라며 "희망적"이라고 했다.
현재 고려아연 지분 7.83%를 보유해 이번 경영권 분쟁의 '캐스팅 보트'를 쥔 것으로 평가받는 국민연금의 결정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힘들다"면서도 "최근 국정감사에서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수익률 제고 등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고 했으니 믿고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추가 장내 매수 계획에 대해서는 "당장 어떤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답했고, 대규모 차입으로 재무구조가 악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부채 비율이 20%인 우량한 회사였고, 이번 차입 때도 금융기관들이 내부 판단을 통해 차입을 승인해 객관적으로도 검증됐다"고 일축했다.
dkkim@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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