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당, '산업화 경향'까지 경고…경제 둔화 속 농민공 처지 악화 관측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 농민공(農民工·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한 농민) 가운데 차명 대출에 참여하는 '프로 채무자'(職業背債人)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관영매체가 지적했다.
중국공산당 중앙정법위원회 기관지 법치일보는 22일 "최근 잘못된 길로 빠진 일부 농민공이 프로 채무자가 돼 높은 수익을 얻은 뒤 지속적인 추심과 숨어 살기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며 "프로 채무자에는 산업화 경향이 나타났는데, 그 배후에는 완전한 어둠의 산업망이 숨어 있기도 하다"고 했다.
법치일보가 거론한 프로 채무자는 수수료를 받고 다른 사람 채무를 짊어지는 사람이다.
통상 대출 기록이 없는 사람이 중개인을 통해 자산·직업 등을 허위로 꾸민 후 은행에서 고액 대출을 받아 타인에게 양도하는 식이다.
법치일보는 "중개인은 일반적으로 프로 채무자를 모집할 때 소득이 낮고 교육 수준이 높지 않으며 부채 상환 능력이 없는 집단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런 집단은 이익의 유혹에 빠지기 쉽고 설령 빚을 갚지 못해도 대출해준 쪽에서도 달리 방법이 없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프로 채무자의 직업화·산업화 현상에 대응해 법치 수단을 써야 한다"며 당국 단속과 금융기관 대출 심사 강화, 특정 집단에 대한 법치 교육 확대 등 대응을 주문했다.
농민공은 농업 호구(戶口·호적)를 가진 채 도시에 가서 노동자가 된 사람을 가리킨다. 주로 저임금 제조업·건설업·서비스업에 종사하면서 개혁·개방으로 빠르게 늘어난 노동력 수요를 채워왔다. 다만 도시에 살더라도 도시 호적이 없으므로 각종 사회보장 시스템에서 배제돼, 해외 연구자들은 농민공을 국내 이주 노동자(migrant workers)라 부르기도 한다.
중국 정부 공식 통계에 따르면 농민공은 지난해 기준 2억9천753만명이다.
중국 관영매체가 농민공의 금융 범죄 연루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거론하고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각에선 경제 둔화와 산업 구조조정으로 일자리 불안과 생활 곤란을 겪는 농민공이 늘어난 것이 '프로 채무자' 현상으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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