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민 의원실 지적…내년 개인기초연구 과제수 작년 대비 3천여건 줄어
"신진·지역 연구 생태계 무너트려…기본연구 예산 복원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 분야 예산은 늘렸지만, 과제 수를 대폭 줄이고 경력 초기 연구자들의 수혜 폭을 줄이면서 등 연구개발(R&D) 인력 양성 생태계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실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받은 2025년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내년 개인기초연구 과제 수는 계속과제와 신규과제를 합쳐 1만1천600개로 나타났다.
2023년 1만4천947개에서 올해 1만3천80개로 1천867개 줄어든 데 이어 내년에도 1천480개가 더 줄어드는 것이다.
이런 배경에는 기초연구의 '뿌리'로 평가받던 생애첫연구와 기본연구가 올해부터 사실상 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신규 과제가 없고 계속과제 수가 줄어든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첫연구의 경우 올해 계속과제가 706건에서 내년 153건으로 줄어들고, 기본연구도 올해 2천76건에서 내년 649건으로 줄어들었다.
이 의원실은 생애기본연구가 경력 초기 단계 연구자의 독립적 연구 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고 지방대학 교원의 주요 연구비 재원으로 쓰여 왔지만, 과제가 사라지며 대형 국책과제에 참여하기 어려운 지역 및 신진 연구자들에게 치명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실은 "지방 대학원 다수는 국내 중견, 중소기업에 취직해 이를 뒷받침하는 소중한 역할을 해 왔다"며 "이들이 운영을 중지하면 대학원생 배출 인력이 감소하고 결국 국내 중소기업 경쟁력 악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지역의 한 중견 교수 발언을 전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과기정통부는 연구자별로 1~3년간 평균 7천만원을 지원하는 창의연구형 신규과제를 내년 885개로 늘렸고, 우수신진연구와 신진연구자 인프라사업 등도 늘렸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우수신진 과제의 경우 내년 신규 과제가 571건으로 올해 759건보다 줄어들고, 신진연구자 인프라과제도 내년 신규 과제가 100건으로 올해 절반 수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박사후연구원을 지원하는 세종과학펠로우십도 국내의 경우 신규과제 수가 330건에서 200건으로 줄어들었다.
특히 올해 글로벌 연구를 확대하겠다며 과제 수를 4배 가까이 늘린 대신 수혜 기간을 2년서 1년으로 줄였다가 연구자들로부터 외면받았던 세종과학펠로우십 국외트랙의 경우 신규과제 수가 결국 2023년 수준인 50개로 회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정부가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과제를 대형화하고 특정 분야에만 집중하게 되면 결국 전체 연구생태계를 해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초과학 분야 한 학회장은 "기초연구 예산을 많이 늘렸다고 하지만 전반적으로 반도체, 양자 등 국가 어젠다로 한정해 늘렸다"며 "이미 국가 어젠다 부분은 국책연구나 대형과제로 많은 예산이 지원되고 있어 기회가 많은데 개인 기초까지 주제를 한정해 지원하면 다른 연구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2년 차인 한 신진 교수는 "정부에서 내놓은 예산안을 믿을 수 없다는 게 가장 마음이 쓰리다"며 "박사과정부터 신진연구자, 중견, 리더 연구자로 이어지는 트랙이 인정적으로 정립될 수 있도록 예측할 수 있는 제도를 운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해민 의원은 "생애 기본 연구 예산은 우리나라 연구 생태계의 근간을 든든하게 만드는 종잣돈이자 연구·개발(R&D) 인력을 든든하게 양성하는 중요한 예산"이라며 "이를 대폭 줄여 생태계를 악화시켜놓고 국가 어젠다 연구, 전략 기술, 게임 체인저 기술 개발 연구에 대폭 투자를 늘리는 것은 연구 생태계의 피라미드를 역피라미드 형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신진연구자뿐만 아니라, 중간단계 연구자들도 연구를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 연구 예산을 복구하고, 우리나라 기초과학기술 도약의 디딤돌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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