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D-7] ⑦韓산업 영향은…해리스 '현상유지'·트럼프 '격랑'(끝)

입력 2024-10-27 06:03  

[美대선 D-7] ⑦韓산업 영향은…해리스 '현상유지'·트럼프 '격랑'(끝)
승자 떠나 대중 견제 강화는 '상수'…"미중 갈등, 韓 경제 하방 리스크"
정부·업계, 미 대선 촉각…역대급 대미 무역흑자에 무역압박 대상 가능성 우려도
IRA 축소 가능성에 韓기업 투자 불확실성 커져…자동차·배터리 업계 영향 클 듯


(세종=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 11월 5일 미국 대선을 앞두고 박빙 판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 기존 집권 기조를 이어갈지, 동맹까지 압박해 자국 이익을 극대화하는 '아메리카 퍼스트'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미중 전략 경쟁이 상수가 된 가운데 치러지는 이번 미 대선은 세계 제조업 분업 구조 재편의 폭과 깊이를 결정할 핵심 이벤트로 여겨진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트럼프 재집권 시 수출 제조업 중심 국가인 우리나라의 무역과 산업 판도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미 대선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 해리스·트럼프, 대중국 전략·통상 접근법 큰 차이…중국 견제 강화는 상수
해리스 부통령의 민주당 진영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화당 양 진영은 대중국 전략과 통상 정책 기본 철학에서 선명한 차이점을 보여 대선 결과에 따라 큰 폭의 정책 변화가 예고됐다.
해리스 후보가 몸담은 바이든 행정부는 '가드레일'을 통한 중국과의 '경쟁 관리·충돌 방지' 기조를 중시했다.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첨단 제품과 기술의 대중국 수출 규제라는 '채찍'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을 활용한 자국 중심 공급망 질서 재편이라는 '당근'을 함께 활용해 미래 패권 경쟁의 판도를 좌우할 '기술 전쟁'에 주력했다는 평가다.
동맹 중시 기조도 바이든 행정부와 전임 트럼프 행정부 사이의 차별점이었다.
대중국 견제망 성격의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꾸리는 등 전 행정부 시절 소원해진 서방 동맹을 규합해 '탈중국 경제 질서'를 구축하는 데 힘을 썼다.

따라서 해리스 부통령이 정권 재창출에 성공할 땐 바이든 행정부의 통상 정책을 계승해 대중국 디리스킹(de-risking·위험 제거), IRA·반도체과학법을 근간으로 한 첨단 전략산업 제조 기반 강화, 친환경 산업 육성 등 기본적으로 현상 유지 차원의 정책을 펴 나갈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한 전반적 관세 인상을 통한 무역적자 해소, 친환경 정책 대폭 축소를 예고해 재집권 시 미국의 통상 정책 방향이 크게 바뀌게 된다.
한국의 처지에서 특히 주목되는 것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관세를 무기로 무역 적자를 해소하겠다고 공언하는 점이다.
그는 중국산에는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나머지 국가에서 수입되는 상품에도 10∼20%의 보편관세를 매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미국의 주요 무역 적자국 명단에서 한국의 순위가 오른 점이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7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2023년 444억달러로 역대 최대였다. 올해 1∼9월도 399억달러로 연간 기준으로 또 최대 기록 경신이 유력하다.
미국 정부 통계로도 한국은 미국의 주요 적자국이다. 한국은 2021년까지 미국의 14위 무역 적자국이었다. 이후 꾸준히 순위가 올라 올해 1∼8월 기준 중국, 멕시코, 베트남, 독일, 아일랜드, 대만, 일본에 이어 8위까지 올라왔다.
산업연구원은 24일 펴낸 보고서에서 "미국의 대한국 무역 적자 규모는 중국, USMCA(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 등에 비해 작은 수준이지만 최근 미국의 대한 무역수지 적자가 빠르게 증가해 미국의 통상 압력이 강해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한미 FTA가 존재하지만 '트럼프 2'기 땐 이를 우회, 한국에도 보편관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아가 미국 정부가 한미 FTA 개정이나 재협상 요구를 하고 나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변화는 한미 양자 간 마찰에 그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해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 동맹을 포함한 세계와 무차별적인 '무역전쟁'에 나선다면 세계 경제 질서는 요동치고, 주요국에서 자국 중심의 통상 기조가 강화해 피아 구분이 희미한 '각자도생' 정세가 펼쳐질 전망이다.
세계 통상 질서가 다수 갈등 축이 혼재하는 양상으로 흐르는 것은 냉전 후 30여년의 '자유무역의 시대'를 잘 활용해 수출 주도 경제를 일으켜 성공한 한국에 큰 도전 요인이다.
아울러 미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든 미국 조야에서 중국 견제 공감대가 이미 깊게 형성돼 향후 대중국 압박과 견제 기조는 장기적으로 강화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한국의 1∼2위 교역국은 나란히 중국, 미국이다. 한국 처지에서 미중 갈등이 계속 증폭되는 것은 불리한 일이다.
가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러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주요 중국산 IT 품목에 고율 관세를 매겨 중국 기업이나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는 애플 등 글로벌 기업에 영향을 주면 중국 현지로 메모리 반도체, 무선통신 부품, 디스플레이 등 중간재를 대거 공급하는 한국의 수출에도 곧바로 타격을 주게 된다.
토마스 헬빙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부국장은 24일 워싱턴DC에서 진행한 아태 경제 전망 회견에서 "(미중) 무역 갈등의 증대는 (한국의) 주요 하방 리스크"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자동차·배터리·방산·철강까지…업계, 미 대선 동향에 촉각

국내 주요 기업들도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관세 압력부터 미국 현지 보조금 축소에 이르는 다양한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최근 대미 수출이 특히 활발한 자동차 업계는 미 대선 결과에 따라 관세 인상 압력에 노출될 수 있다는 관측에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 대미 무역 중 자동차 부문에서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60% 이상을 내고 있다. 자동차는 반도체에 이은 한국의 2위 대미 수출품이다.
한국 자동차사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지 생산 차량에만 혜택을 주는 IRA 전기차 보조금 제도 시행에도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용 리스 판매로 활로를 뚫은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외국산 자동차 수입이 많은 일자리가 관련된 자국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린다고 보기 때문에 특히 자동차 수입에 특히 적대적이다.
아울러 화석연료 산업 부활을 선호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폐지 또는 생산·판매 보조금 축소를 도모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과정에서 "전기차 의무화 정책을 종료하겠다"며 전기차 지원 축소 계획도 밝혔다.
이는 미국 첨단 제조업 부활 방침에 부응해 현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이차전지 업계에 큰 불확실성을 드리운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줄고, 이차전지 생산에 지원되는 세액공제까지 축소되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이차전지 기업들의 생산성과 수익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각 기업의 미국 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 의존도가 커진 상황이다.

따라서 이차전지 및 소재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미국 사업 계획 재검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미래를 바라보고 몇조원씩 투자를 한 것인데 IRA가 후퇴하면 미국 투자가 불확실하게 된다"며 "안 그래도 캐즘으로 침체한 투자 심리에 더 깊은 골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의 새 주력 수출 산업으로 부상 중인 방위산업도 대선 결과에 따른 환경 변화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유럽 동맹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다각도로 지원 중인 바이든 정부와 달리 트럼프 재집권 시 우크라이나전 종전이 조기에 추진되고, 한미 방위비 재협상 리스크가 불거지는 등 불확실성 요인이 커진다.
바이든 행정부 들어 한미 동맹이 기술 동맹으로 외연이 넓어지면서 한국과 미국은 무기체계 공동 개발, 한국 방산 기업의 미국 방산 공급망 진입 등 최근 긴밀한 방산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트럼프 진영은 자국 방산 재건과 '바이 아메리칸'(Buy-American) 기조를 강조해 이 같은 협력 흐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중국발 공급 과잉에 시름 중인 철강 업계도 트럼프 재집권 시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 전통적 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예의주시 중이다.
반면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산업의 경우 미국 내 정치 진영을 떠나 첨단 전략 산업 강화 정책 기조가 수렴해 대선 결과와 관계 없이 미국의 대중국 견제 강화 유지로 인한 한국 반도체 산업의 대중국 경쟁 우위 유지, 미국 시장 기회 확대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에 기대가 많다.
전문가들과 주요 연구 기관은 이번 미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통상 환경에 근본적 변화가 초래될 수 있어 업종별 영향 전망과 대응 방안 마련이 중요한 때라고 지적한다.
산업연구원은 지난 5월 펴낸 '美 대선 향방에 따른 한국 산업 영향과 대응' 보고서에서 해리스 집권 때는 미국과의 협력 강화를 흐름을 기반으로 미국 시장 및 인도·태평양 등 주요 신흥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는 전략을 펴는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 집권 땐 관세 등 무역 압력에 맞선 대미 협상력을 제고하고 미중 갈등 증폭에 따른 위험 관리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트럼프 집권 시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를 문제 삼을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일방적 돈벌이'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발신해 미국 조야를 설득해나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조상현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한미동맹은 군사·정치적 측면뿐 아니라 경제 측면까지 공고해지고 있다"며 "한국의 대미 수출이 미국의 제조업 부흥에 기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측면도 있어 한미 동반자 관계를 강조하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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