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주주 손실 여전…금감원, 계속 정정 요구해야"
"의결권 자문사, 국민연금 만나 소액주주 입장 설명하고 설득할 것"
"상법 개정 필요…장기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 신설해야"
(서울=연합뉴스) 곽윤아 기자 = 두산그룹은 지난 21일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두산밥캣을 인적분할해 두산로보틱스에 합병하는 사업구조 개편을 다시 추진한다고 공식화했다.
그러면서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를 약 2조2천억원으로 산정하고, 두산밥캣을 넘기는 대가로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주식 100주당 두산로보틱스 주식 4주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액트'의 운영사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는 28일 연합뉴스와 만나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진 두산밥캣의 지분 가치는 최소 7조원"이라며 "두산은 두산밥캣의 진짜 가치를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과 국민연금을 만나 개편안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응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라며 "소액주주 지분 5%를 포함해 총 20~30%를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2022년 6월 설립된 액트는 소액주주 연대 플랫폼으로, 최근 두산그룹의 사업 개편 과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을 결집하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다음은 이 대표와의 일문일답.
-- 두산이 새로 공개한 사업 개편안을 평가한다면.
▲ 두산에너빌리티 주주들에게 두산밥캣을 넘기는 대가로 두산로보틱스 주식 3주를 주려던 걸 4주 주겠다는 건데, 주주들이 손해를 본다는 본질은 그대로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두산밥캣 지분 가치를 1조6천억원에서 2조2천억원으로 올려준 것에 불과한데, 우리가 생각한 진짜 몸값인 최소 7조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주주들은 화가 많이 난 상태다. 특히 사업구조 개편을 아예 철회할 줄 알았는데, 다시 그대로 들고나오는 것은 너무 후안무치하다고 본다. 금융감독원이 정정 요구를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두산에너빌리티의 두산밥캣 지분가치를 최소 7조원이라고 보는 근거는 무엇인가.
▲ 두산밥캣은 매출 기준으로 동종 업계 세계 10위의 기업이다. 우리가 동종 산업 내 해외 20대 기업 중 비상장사 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과 비교해봤을 때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가장 저평가돼 있었다. 비교 기업들을 고려하면 현재 시가총액보다 2.5배는 더 높게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과거 경영권 이전 사례들에서 붙여진 평균 경영권 프리미엄 50%를 반영한 수치다.
-- 두산그룹에 요구하는 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시장에서 두산밥캣의 '진짜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아보라고 말하고 싶다. 최소한 그런 시도라도, 노력이라도 해봤어야 한다. 우리가 수수료 없이, 무료로 두산밥캣을 7조원에 팔아 줄 수 있다.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매우 낮게 형성된 주가를 그대로 시장가격이라고 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 지난달 두산에너빌리티로부터 주주명단을 받은 후 어떤 작업을 진행해왔는가.
▲ 개인 투자자 5천명에게 우편물을 보냈고, 우리 플랫폼인 액트와 언론, 국회 등을 통해 이번 개편안의 문제점을 열심히 알리고 있다. 이달 기준 주주 명단도 요청했고, 곧 받을 예정이다. 주식을 많이 보유한 투자자 중심으로 다시 한번 우편물을 보내며 힘을 보태달라고 할 예정이다.
-- 액트는 두산에너빌리티 개인투자자 수를 48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상당한 숫자이지만, 이들이 모두 결집해 주주총회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결국 소액주주들의 의견을 기관이나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에 전달하고, 설득하는 작업이 꼭 필요할 텐데.
▲ ISS 등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 5곳과 국민연금을 만나 개편안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반응을 직접 설명할 예정이다.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도 직접 만날 계획이다. 이미 외국인 투자자들과는 미팅을 시작했는데, 이번 개편안에 대해 찬성하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하면 개인투자자 지분 5%를 포함해서 20~30%는 모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아직 구체화하진 않았지만, 주주제안도 검토하고 있다.
-- 최근 경영권 분쟁을 겪는 고려아연[010130]에 대해 지지 입장을 밝혔다. 이유는 무엇인가.
▲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 전부터 주주환원을 많이 했고, 경영도 안정적으로 잘했다고 판단했다. 동종 업계 다른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고평가돼있다. 오히려 영풍[000670]은 주주환원도, 경영 측면에서도 좋지 않았다고 본다. 상당히 저평가돼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영풍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상장사 중에서도 매우 낮은데 고려아연을 공격하는 것은 전교 꼴등이 전교 1등한테 그렇게 공부해서 서울대 가겠냐고 훈수 두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과정에서 배임 논란도 있었는데.
▲ 경영권 분쟁 중인 특수한 상황이고, 서로 공개매수가를 올렸기에 큰 문제는 없다고 생각한다. MBK가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정했다는 건 사실은 기업가치를 더 높게 본다는 의미 아닐까 싶은데, 고려아연이 그보다 조금 더 높은 89만원에 자사주 공개매입을 한다고 배임으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지금 주가도 100만원을 넘은 상태라 배임 논란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 영풍·MBK 연합과 고려아연 간의 지분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소액주주 의결권 대리 행사를 권유하는 등 고려아연을 돕기 위해 실제 행동에 나설 계획도 있는가.
▲ 경영권 분쟁 중이고, 앞으로 지분 확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상황이라 구체적인 계획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다만 주주연대 입장에서는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는 측을 지지할 계획이다.
-- 최근 주주들의 권리 제고를 위한 제도 개편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무엇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가.
▲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하는 상법 개정이 핵심이다. 이렇게 되면 소액주주 과반 결의제, 의무공개매수제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다른 제도들에 대한 논의도 자연스레 탄력받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 모두 논의가 오래 걸리는 사안들로 보인다.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제도화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 이사회 의사록에 대한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이 제시됐으면 좋겠다. 현재 이사회 의사록은 너무 부실하다. 이사들의 의사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이사회가 의사록을 성실하게 작성하지 않았을 경우 주주들이 보강을 요청하거나, 해당 이사회에서 결정된 사안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 코리아 디스카운트(기업가치 저평가)를 해결해서 개인 투자자들이 부자가 되는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 그 출발점이 후진적인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금 더 단기적인 목표로는 주주들을 위한 세제 개편에 힘을 싣고 싶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는 당연하고, 장기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생길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부동산도 오래 가지고 있으면 세금을 깎아주는데, 주식도 그래야 하지 않나. 장기 투자자들에 대한 세제 혜택이 생기면 장기 투자를 받는 기업에도 좋으니 명분은 더 크다고 생각한다.
o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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