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두고 연일 충돌…"경제위기 이용해 선거운동" 지적도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신호등'(빨강·사회민주당, 노랑·자유민주당, 초록·녹색당) 연립정부가 총선을 1년 가까이 남겨두고 일찌감치 결별 수순에 들어가는 모양새다. 내홍을 보다 못한 야당은 대통령이 국가원수로서 나서 문제를 해결하라고 요구했다.
28일(현지시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에 따르면 연정 내 소수파인 자유민주당(FDP)은 오는 29일 올라프 숄츠 총리(사회민주당·SPD)가 주재하는 재계 회의 직전 별도의 경제 살리기 간담회를 열기로 했다.
FDP 소속인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은 초청장에서 "독일 경제의 지속적 부진은 무엇보다 연방정부의 단호하고 신속한 조치를 필요로 한다"며 정부 정책에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독일에서는 경제 살리기 해법을 두고 연정 내 주류인 SPD·녹색당과 사사건건 부딪쳐온 FDP가 사실상 갈라서기를 선언한 것으로 해석한다. 친기업 성향 FDP는 연방정부 재정정책의 키를 쥐고 긴축예산과 사회복지 축소, 법인세 인하를 주장하며 사회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주류파 정책에 제동을 걸어 왔다.
각료들이 서로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로베르트 하베크 경제·기후보호장관(녹색당)은 최근 수조원 규모의 일명 '독일펀드'를 조성해 기업 투자 프로젝트 비용의 10%를 정부가 지원하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린드너 장관은 TV에 출연해 "인텔 보조금이 아무것도 달성하지 못했으므로 인텔의 실패에는 그 제곱이 뒤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천문학적 보조금을 약속했다가 무기한 연기된 미국 반도체업체 인텔의 독일공장 신설 문제를 들어 보조금 무용론을 제기한 것이다.
린드너 장관은 "우리는 서로 대화하고 있지만 그런 제안(독일펀드)은 알지 못했다"며 연정 내에서 조율되지 않은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일간 쥐트도이체차이퉁(SZ)은 "세 주요 정치인이 대화하지 않고 이제 서로에 대해 이야기한다"며 "린드너 장관에 대한 숄츠 총리의 인내심이 바닥을 향해 가고 있다. 반대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신호등 연정은 2021년 12월 출범하자마자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뒤따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경제에 직격탄을 맞았다. 여기에 지난해 11월 헌법재판소의 예산안 위헌 결정 여파로 재정정책 운용의 폭이 줄면서 연정 내부 갈등도 첨예해졌다.
이제는 각자 내년 9월 총선을 염두에 두고 실현 가능성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내놓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간 타게스슈피겔은 하베크 장관이 보조금 재원 마련에 무심하다며 "정부가 위기를 선거운동에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야당은 집안싸움에 국정이 마비되고 있다며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SPD)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기독민주당·기독사회당(CDU·CSU) 연합의 마티아스 미델베르크 원내부대표는 "대통령이 개입해 경고하고 기한을 정해야 한다. 신호등 연정은 당장 경기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하거나 아니면 길을 비우라"고 요구했다. 독일 대통령은 상징적 국가원수로, 총리가 불신임당하면 의회를 해산할 권한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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