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 활동 금지…'테러 단체'로 규정, 당국 접촉금지 내용도
기구 측 "위험한 선례" 반발…네타냐후 "다른 방식으로 인도적 지원 협력"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기자 = 이스라엘 의회가 28일(현지시간)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률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는 이날 UNRWA가 이스라엘 및 동예루살렘 등 점령지에서 활동하지 못하도록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가결했다.
아울러 UNRWA를 테러 단체로 선포하고, 이 기구에 대한 이스라엘 당국의 직접 접촉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도 함께 처리했다.
UNRWA는 1948년 1차 중동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팔레스타인인 70만명의 지원을 위해 설립된 유엔 산하 국제기구로, 가자지구에서 이뤄지는 인도주의 활동의 중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UNRWA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테러 활동과 관련이 있다는 의혹을 제기해왔다.
실제로 유엔 내무감찰실(OIOS)도 UNRWA 직원 9명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급습에 연루됐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들을 해고한 바 있다.
이에 이스라엘 정치권은 UNRWA의 '테러 지원'을 막아야 한다며 이 기구의 활동을 제한하는 법제화를 추진해왔다.
이날 통과된 법안은 이스라엘이 점령하지 않은 가자지구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서안지구에서의 UNRWA 활동은 금지하지 않는다. 하지만 직원들과 구호품의 이스라엘 통과를 사실상 막는 내용이어서 UNRWA의 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고 미국 CNN 방송은 관측했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사무총장은 이날 투표는 유엔 헌장에 어긋나고 국제법상 의무를 위반하는 "위험한 선례"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그는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이 법안은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을 더욱 심화시킬 뿐이며, 특히 1년 넘게 극심한 지옥을 겪어온 가자지구 주민들에게는 더욱 그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것을 시온주의자(이스라엘)의 전쟁이자 우리 민중에 대한 공격의 일부로 간주한다"며 이스라엘을 맹비난했다.
이번 법안은 미국 등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 심화를 우려하며 반대 의견을 표명한 가운데 통과됐다.
미국은 크네세트 표결에 앞서 UNRWA가 "가자지구에서 대체할 수 없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일본, 영국, 프랑스, 독일, 캐나다, 호주 등 7개국도 전날 공동성명에서 UNRWA의 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법안 추진에 반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날 "이스라엘을 겨냥한 테러 활동에 연루된 UNRWA 직원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며 법안 가결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다만 법안은 90일 뒤 발효된다며 그 전은 물론 그 후라에도 "우리는 이스라엘의 안보를 위협하지 않는 방식으로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계속 촉진되도록 국제 파트너들과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hrse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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