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참전에 서방 전전긍긍…우크라 지원 '레드라인' 넘을까

입력 2024-10-29 11:08   수정 2024-10-29 16:14

북한 참전에 서방 전전긍긍…우크라 지원 '레드라인' 넘을까
비군사 선택지 전무…나토 파병·본토타격·방공망 지원 등 논의 중
확전위험 탓 모두 난제…일각 '한국 살상무기 지원여부' 주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북한이 본격 가세할 태세를 보임에 따라 서방국들이 골머리를 앓기 시작했다.
러시아와 직접 대결에 따른 확전을 피하기 위해 그간 섬세하게 절제해온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더 강경하게 바꿀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는 북한의 우크라이나전 파병설이 제기되자 초기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왔다.
북한의 가세는 우크라이나전이 대형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세계 안보지형을 다시 금 흔들 악재일 수밖에 없기에, 이에 대한 심각성과 경계심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전에 가세하는 북한의 행보가 구체화하면서 미국과 나토가 더는 신중하게 지켜볼 수 없는 입지에 몰렸다.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은 28일(현지시간)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한국 정부 대표단의 브리핑을 받은 뒤 북한군의 투입이 임박했다고 사실상 확인했다.
뤼터 총장은 "북한 병력이 러시아에 이송됐으며 북한군 부대들이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배치됐다는 것을 확인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취재진을 만나 이 같은 상황 전개에 대해 "매우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소통 보좌관은 러시아 내에 북한군 3천명 정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미국 정부의 우려를 재확인했다.
미국과 나토 동맹국들은 여러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으나 죄다 확전 위험 때문에 그간 레드라인으로 보던 선택지들이라 딜레마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와 북한이 이미 전방위로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까닭에 이들에 비군사적으로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안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상황에서 먼저 거론되는 군사적 선택지는 나토 병력 투입안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올해 3월 자국 언론 인터뷰에서 "어쩌면 우리가 언젠가 러시아 병력에 맞서기 위해 지상작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은 나토와 러시아 병력의 직접 교전 우려 때문에 무책임하다는 다른 동맹국들의 비판 속에 촌극으로 서둘러 봉합됐다.

그러나 북한의 가세로 유럽 내 파병론은 다시 자극받기 시작했다.
가브리엘리우스 란드스베르기스 리투아니아 외무부 장관은 지난 21일 폴리티코 유럽에 보낸 논평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제안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며 "마크롱의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한 모든 선제적 조처를 할 수 있는 우리 공동의 역량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에 제공되는 서방제 미사일로 러시아의 깊숙한 본토에 있는 시설을 전략적으로 타격할 수 있게 하는 방안도 대책 중 하나로 관측된다.
이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숙원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으나 바이든 행정부는 줄곧 난색을 드러내왔다.
미국 싱크탱크인 신미국안보센터의 리처드 폰테인 대표는 블룸버그 통신 인터뷰에서 "상황 악화와 우크라이나의 이익의 대립을 따지는 위험-편익 계산에 대한 미국 정부의 근본 철학은 아마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토와 러시아가 직접 충돌하면 세계대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첨단 살상무기 지원에 소극적이었다.
우크라이나와 접경한 동유럽 나토 동맹국들을 참여시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강화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는 폴란드와 루마니아 등이 러시아에서 우크라이나로 날아드는 미사일을 방어하도록 하는 안이 논의된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북한은 병력 파견설이 불거지기 전부터 소모전에서 무기가 동나는 러시아를 구원하기 위해 포탄과 미사일을 지원해왔다.
나토 동맹국들의 방공망 지원 또한 확전 우려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돼오던 선택지이던 만큼 어떤 결론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이런 상황에서 나토 동맹국이 아닌 한국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 여부를 두고 촉발된 논쟁도 주목받고 있다.
블룸버그는 한국 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를 인용해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직접 무기를 보낼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며 "전쟁 중인 국가에 대한 살상무기 지원을 금지하는 정책을 뒤집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북한이 러시아에 (포탄을) 공급하는 상황에서 나란히 한국의 광대한 비축 포탄의 일부가 직접 우크라이나로 향한다면 세계에서 가장 큰 포대를 보유한 두 국가(한국과 북한)를 이용한 전쟁이 초래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jangj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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