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에노스아이레스=연합뉴스) 김선정 통신원 = 아르헨티나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유엔에서 미국의 대(對)쿠바 경제제재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에 찬성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디아나 몬디노 외교장관을 전격 해임했다고 현지 언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현지 일간 클라린은 몬디노 대신 현재 미국 주재 아르헨티나 대사인 헤라르도 베르테인이 신임 외교장관으로 내정됐다고 전했다.
유엔은 이날 총회에서 미국의 쿠바에 대한 금수 조치 해제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고,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결의안이 통과됐다.
총 187개국이 찬성표를 던졌고, 몰도바는 기권했으며, 미국과 이스라엘만이 반대표를 던졌다.
극우 성향인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외교 방향은 친미, 친이스라엘이고 사회주의는 악이라고 규명한 바 있는데, 아르헨티나가 동맹인 미국과 이스라엘에 반대되는 투표를 한 것에 격노하여 몬디노 장관을 전격 해임한 것이라고 현지 언론이 분석했다.
경제학자 출신인 몬디노 전 외교장관은 작년 대선 때 밀레이 후보의 유일한 대변인 역할을 할 정도로 신임과 총애를 받았으나, 지난 6월 아르헨티나 주재 아랍 대사들과의 만남을 추진하는 과정에 밀레이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
당시 밀레이 대통령이 19개국 아랍 국가 대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로 이동 중 팔레스타인 외교관이 참석했다는 소식을 듣고 격분해 차를 돌려 접견을 취소하면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 외에도 몬디노 전 장관은 "모든 중국인을 다 똑같이 생겼다", "은퇴자들은 곧 죽는데 왜 특별 이자의 대출이 필요한가?" 등의 발언으로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후, 몬디노 전 장관은 외교부 수장으로 대통령을 수행해야 하는 국제회의에서도 제외됐고, 갈수록 각료 회의나 외교부 내부에서의 입지도 좁아져 그의 경질은 사실상 시기상의 문제였을지도 모른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하지만, 지난주 밀레이 대통령이 외교관 전체에 보내는 서신에서 모든 외교관은 밀레이 정권의 정책에 전적으로 찬성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면서 당시 몬디노 장관을 이례적으로 극찬한 바 있어, 다시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었으나, 결국 1년을 못 채우고 전격 경질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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