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물량 입주 코앞인데 전셋값 되레 상승…주변 전세시장도 아직 잠잠
입주기간 길고, 대출 규제 여파로 관망 수요 많아…연말 이후 충격 올 수도
신축 아파트 선호·실거주 의무…"헬리오시티 입주 때와 다를 것" 전망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인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 주공)이 다음달 27일부터 입주를 시작한다.
최근 입주자 사전점검을 마치고 마무리 공사가 한창인 이 아파트는 1만2천여가구에서 매매 및 전월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아직 대단지에서 보이는 이른바 '입주장'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업계는 올림픽파크포레온 입주가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에 미칠 영향을 주목하고 있다.
◇ 당첨자 10억원대 시세차익…'2년 10개월' 계약에 전세는 이중가격
강동구 둔촌 주공아파트를 재건축한 올림픽파크포레온(이하 포레온)은 단일 단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건축 가구수가 총 1만2천32가구에 달한다. 웬만한 소형 공공택지지구 하나가 서울 동부에 조성된 셈이다.
초대형 단지다 보니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우여곡절도 많았다. 조합과 시공사 간 공사비와 마감재 갈등 등으로 2022년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간 공사가 중단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022년 12월 일반분양 때는 당시 주택시장 침체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우려되자 정부가 때맞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제외한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에서 해제하는 등 지원책도 가동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둔촌주공 일병 구하기'라는 말이 나왔다.
국회는 올림픽파크포레온의 청약 당첨자들이 최초 입주일로부터 반드시 2년간 실거주해야 하는 의무 조항을 3년간 유예해주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분양권 전매에 필수적인 실거주 의무 폐지는 불발돼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해결책이 되긴 했지만 당장 잔금 마련이 어렵거나 입주가 힘든 분양계약자들은 한시름을 덜었다.
이 아파트는 이후 집값 상승에 힘입어 입주를 앞둔 현재 높은 시세차익이 예상되는 '황금알'이 됐다.
일반분양가 12억∼13억원대인 전용면적 84㎡는 가끔 급매물이 나오긴 하지만 현재 호가가 23억∼24억원까지 오르면서 청약 당첨자들은 10억원대 시세차익을 바라보고 있다.
분양가가 10억∼10억5천만원 선이던 전용 59㎡도 현재 시세가 20억원 선이다.
일반분양분은 4천786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40%에 달한다.
이달 중순 진행한 입주자 사전점검 결과 분위기는 더 달아오르고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포레온 인근의 단지내큰공인중개사무소의 대표는 "유례없이 공사가 장기간 중단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던 단지라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는데 사전점검 후 내부 마감이나 외부 조경·커뮤니티 시설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서 분위기가 반전됐다"며 "매매나 전세 대기 수요자들도 사전점검 결과를 보고 바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현재 나오는 매매 물건은 대부분 조합원 입주권이다. 일반분양자분은 1년으로 줄어든 분양권 전매제한이 올해 초에 풀렸지만, 2년 실거주 의무를 채워야 매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실거주 의무 기간이 3년 유예된 만큼 전세를 놓는 일반분양자 매매 물건은 앞으로 5년 뒤부터 풀린다.
전셋값도 당초 예상과 달리 계속 오르는 추세다.
보통 사전점검이 끝나면 당장 실입주가 어려운 집주인들의 전세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가격이 하락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전세보증금으로 잔금을 납부하려는 집주인들로 인해 싼 전세가 쏟아지는 '입주장'이 펼쳐진다.
그러나 현재 포레온 조합원 물량은 지난여름 7억원 후반∼8억원 초반이던 전용 84㎡ 전셋값이 사전점검 이후 더 올라 현재 9억5천만∼10억원을 호가한다. 전용 59㎡ 전셋값도 8억5천만∼9억원 선이다.
일반분양분 전세는 이보다 조금 싸다.
통상 전세는 기본 2년 계약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쓰면 최소 4년 이상 살 수 있는데, 일반분양자 물량은 현재 임차인의 최장 거주 기간이 3년 이내로 제한된다.
분양계약자가 실거주 의무 때문에 3년의 유예기간이 끝나기 직전 입주를 해야 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일반분양자 전세 시세는 전용 84㎡가 9억원, 전용 59㎡는 8억원 선으로 조합원 물량과 다른 이중가격이 형성돼 있다.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일반분양자의 전세는 보통 '2년+10개월'이라는 특이한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고 있었다. 기본 2년 계약에 특약으로 10개월을 추가하는 것이다.
둔촌동의 H공인 대표는 "일반분양자 아파트는 실거주 의무 때문에 전세를 길게 놓을 수 없다 보니 아무래도 잦은 이사를 원치 않는 세입자들에게는 인기가 없고, 그래서 가격도 싸게 나오는 편"이라며 "아직은 상황이 복잡한 일반분양자 물량보다는 조합원 보유분의 전세가 훨씬 많다"고 말했다.
◇ 주변 전세시장도 아직 조용…"헬리오시티때와는 다르다?"
포레온의 입주가 임박했지만 아직까지 주변 전세 시장이 출렁이는 조짐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강동구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주 0.12% 올라 전주(0.11%)보다 오름폭이 커지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대출 규제로 인해 실제 전세 거래는 크게 줄었지만 포레온 입주 효과는 아니라는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포레온의 사전점검이 끝나면 싼 전세 물건이 쏟아지고, 주변 전셋값이 하락할 것이라는 예상은 일단 빗나간 셈"이라며 "통상 대단지 입주가 있으면 전세수요 대거 유입되며 주변의 전셋값도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아직 별다른 변화는 없다"고 말했다.
포레온 전에 단일 아파트 기준 최대 규모는 9천510가구에 달하는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였다.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된 2018년 12월을 전후해 잠실 일대 아파트들은 헬리오시티에서 쏟아지는 전월세 물량으로 인해 전셋값이 단기에 1억원씩 하락하기도 했다.
여기에 강남구 개포동에서는 2019년 2월 래미안블레스티지(1천957가구), 8월 디에이치 아너힐즈(1천320가구) 등의 줄 입주가 시작되며 강남 일대 전셋값이 약세를 보였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2018년 11월부터 2019년 3월까지 5개월간 송파구 아파트 전셋값은 3.16%, 바로 인근 강동구는 5.24%가 각각 하락했다.
강남구(-5.13%)와 서초구(-4.52%)도 전셋값이 크게 떨어지는 등 강남권 전체가 약세를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서울 전체 평균(-2.07%)과 비교해 낙폭이 2배 이상이다.
포레온의 전셋값이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 현지 중개업소에선 상대적으로 긴 입주 기간과 대출 규제를 꼽는다.
통상 아파트 입주 기간은 2∼3개월 정도인데 1만2천가구가 넘는 포레온은 정식 입주 기간이 11월 27일부터 내년 3월 31일까지 4개월이다.
금융당국과 시중은행의 대출 규제도 영향을 주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명목으로 지난 8월부터 조건부 전세대출(전세보증금을 받아 매매 잔금을 치르는 형태)이나 1주택자의 대출을 제한하면서 집주인이든 세입자든 돈 빌리가 쉽지 않다 보니 일단은 시장 상황을 지켜보며 관망한다는 것이다.
포레온 인근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들이 연간 가계 대출 한도 때문에 전세대출도 안 해주고 내년으로 미루는 분위기여서 집주인들도 전세를 놓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며 "내달 입주가 시작되면 사정상 당장 이사가 어렵거나 잔금 준비가 안 된 조합원들의 전세 물건이 늘어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급전세 물건이 증가하는 진짜 입주장은 입주가 본격화하는 연말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전세 물건이 늘더라도 과거 헬리오시티 때처럼 가격이 크게 출렁거리진 않을 것이라는 예상도 많다.
일단 실거주 의무로 인해 매매와 전세 물량이 주변의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포름알데히드 등 환경 관련 문제로 신축 아파트 입주를 꺼리는 경향이 있었지만 최근엔 신축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30∼40대 매매·전세 수요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헬리오시티 입주 때와 달리 내년 이후 강남권 신규 입주 물량이 많지 않다는 점도 차이점이다.
둔촌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헬리오시티 때보다 신축의 선호도는 더 높아졌고, 우량한 새 아파트 공급 부족한 상황"이라며 "전체 물량의 40%에 달하는 일반분양자 중에는 당장 입주해 실거주 의무를 빨리 해결하려는 사람들도 많아서 가격이 하락해도 일시적이고 빠르게 회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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