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서 시작된 수소 도전…정의선 이르러 '퍼스트무버' 안착

입력 2024-10-31 17:25  

정몽구서 시작된 수소 도전…정의선 이르러 '퍼스트무버' 안착
현대차, '클리얼리 커미티드' 행사서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이니시움' 공개
27년 수소 개발역사 소개…"스스로 길 내야 했지만" 이제는 수소 선도자로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수소에 대한 현대차의 의지가 31일 다시 한번 확인됐다.
현대차는 이날 현대 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클리얼리 커미티드(Clearly Committed): 올곧은 신념' 행사를 열고, 수소전기차 콘셉트카인 '이니시움'을 공개했다.
지난 1998년 정몽구 명예회장의 주도로 첫발을 뗀 현대차의 수소 사업은 세계 최초의 수소 전기차 양산이라는 전환점을 지나 이제는 수소 사회 실현이라는 궁극적 목표까지 제시하며 탄력을 받고 있다.
전통 완성차 업계에서 '패스트 팔로워'(빠른 추격자)였던 현대차는 정 명예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 회장 체제 아래 전기차에 이어 수소에서도 '퍼스트 무버'(선도자)로 도약하는 모양새다.

◇ "스스로 내야만 했던 길"…이제는 수소 선도자로
이날 열린 현대차의 수소전기차 콘셉트카 공개 행사는 아무도 도전하지 못했던 수소 분야를 개척한 정몽구 명예회장에 대한 오마주로 시작됐다.
현대차그룹의 수소 사업을 총괄하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이날 행사에 직접 참여해 27년에 이르는 수소 기술 개발 역사를 하나하나 읊었다.
그는 "1998년 수소전기차를 개발하기로 한 순간부터 현대차는 스스로 길을 내는 것 말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며 "성공이 보장된 길도 아니었고, 당장의 수익을 기대할 수도 없었다. 다만 미래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시작된 도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대차는 한국에 수소연료전지 기술도 없었던 1998년 '머큐리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수소 연구개발에 첫발을 뗐다.
현대차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에 수소연료전지 시스템을 납품하던 UTC 파워와 손잡고 첫 번째 수소전기차 '머큐리 I'을 내놨고, 머큐리 I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열린 친환경차 경주 대회인 '미쉐린 챌린지 비벤덤'에서 수상하며 현대차의 수소 도전을 처음으로 알렸다.

현대차는 '폴라리스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2004년 수소전기차 연료전지의 핵심 부품인 스택 개발에도 성공했다.
정 명예회장은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2005년 환경기술연구소인 마북연구소도 설립했다.
그는 연구소 방문 당시 "한 번 만들어서는 절대 잘 만들 수 없으니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만들고 싶은 차는 다 만들어보라"며 "돈 아낀다고 똑같은 차 100대 만들지 말고, 100대가 모두 다른 차가 돼도 좋다"고 연구원을 격려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2013년 수소 사업의 전환점이 됐던 수소전기차 양산에 성공했다.
마북연구소는 열교환기의 구조를 응용해 양산에 최적화된 금속 분리판을 개발했고, 이를 활용해 재설계한 스택을 기반으로 '투싼ix 퓨얼셀'을 선보였다.
투싼ix 퓨얼셀의 양산으로 리얼 로드 기반의 데이터 수집이 가능해지자 현대차는 이에 기반해 2018년 수소전기차 전용 모델 '넥쏘'도 출시했다.
넥쏘는 출시되자마자 유럽 신차 안정성 평가 프로그램에서 최고 등급을 획득했고, 미국 자동차 전문지 워즈오토가 선정하는 '세계 10대 엔진상'을 거머쥐었다.
아울러 글로벌 승용 수소전기차 분야 누적 판매량 1위를 유지하며 현대차가 수소차 1위 브랜드로 올라가는 데 가장 큰 공헌을 했다.

◇ 정의선 "수소는 미래세대 위한 것"…'이니시움'으로 2막 열려
정몽구 명예회장의 도전으로 시작된 현대차의 수소 사업은 아들인 정의선 현 회장 체제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다.
현대차는 올해 초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에서 '수소 대전환'을 주제로 참가해 그룹의 수소 밸류체인 사업 브랜드인 'HTWO'를 공개하고, 수소 사회로의 전환을 앞당길 'HTWO 그리드 설루션'을 선보였다.
정 회장은 CES에서 "수소 에너지로의 전환은 미래 세대를 위한 것"이며 "수소는 저희 대(代)가 아니고 저희 후대(後代)를 위해서 준비해놓은 것이 맞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의 수소에 대한 의지는 지난 27일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에서 열린 '현대 N x 토요타 가주 레이싱(Hyundai N x TOYOTA GAZOO Racing) 페스티벌'에서 정의선 회장과 일본 도요타그룹의 도요다 아키오 회장이 회동하면서 다시 확인됐다.
수소차 분야 1·2위 기업의 수장 만남은 수소모빌리티 분야의 협력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장재훈 사장도 이날 행사에서 도요타와의 협력 가능성을 묻는 말에 "수소모빌리티뿐만 아니라 운송 등 모든 면에서 (협력)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날 '이니시움' 공개로 수소 사업 여정의 2막을 시작한다는 입장이다.
넥쏘가 수소전기차 대중화의 시작이었다면 이니시움은 수소 사회를 여는 선봉장이 되겠다는 계획이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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