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반등"?…믿었던 서비스업 '주춤', 지역 경기도 '꽁꽁'

입력 2024-11-03 06:31  

"내수 반등"?…믿었던 서비스업 '주춤', 지역 경기도 '꽁꽁'
모든 시도서 백화점 판매 2분기째 감소…통계 집계 이후 처음
3분기 재화소비 '최장 감소 기록' 또 경신…GDP 민간소비 지표와 온도 차


(세종=연합뉴스) 민경락 송정은 박재현 기자 = 정부의 3분기 '내수 개선세' 판단에도 재화 소비 지표는 여전히 부진하고 서비스 생산마저 회복세가 주춤한 모습이다.
최근 들어서는 모든 지역에서 백화점·대형소매점 등 재화 소비가 급격하게 위축되는 등 내수 부진이 전국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더해 미국 대선, 중동 사태 등으로 그간 버팀목이 됐던 수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어 소비가 더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재화 소비 '최장 감소 기록' 또 경신…서비스 소비 증가 폭 확 줄어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서울·부산 등 전국 8개 광역권·시도의 백화점 판매액 지수는 1년 전보다 모두 감소했다.
지역별로 보면 경남(-8.2%), 광주광역시(-7.1%) 등이 감소 폭이 컸다. 판매 규모가 큰 서울(-3.5%), 경기(-6.8%)도 감소세가 뚜렷했다.
백화점 판매액은 전국 8개 지역에서 2분기째 모두 줄었다. 모든 시도의 백화점 판매액이 2개분기 연속 일제히 줄어든 것은 2010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3분기 대형소매점 판매액 역시 전국 17개 시도 중 세종·인천을 제외한 15곳에서 모두 감소했다.
올해 1분기 판매 감소 지역은 광주·대전 등 6곳에 불과했지만 2분기 14곳으로 급증한 뒤 3분기 15곳으로 더 확대됐다.
지역 경기 부진은 고속도로 통행량 등 이동 관련 지표에서도 감지된다.
9월 고속도로 통행량은 1년 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7월(3.0%), 8월(3.3%)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쪼그라든 것이다. 차량 연료 판매량도 같은 기간 1.6% 늘며 전달(14.0%)보다 증가 폭이 크게 둔화했다.


이런 영향으로 3분기 민간 소비 지표를 구성하는 재화·서비스 소비 지표는 3분기 모두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통상 서비스 소비와 재화 소비는 서로 번갈아 가며 늘거나 줄며 상호 보완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최근 재화 소비의 '역대 최장 감소' 기록 경신이 계속되는 가운데 견조했던 서비스 소비 증가세마저 뚜렷하게 둔화하는 모습이다.
서비스 소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서비스업 생산은 3분기 1.0% 늘어나며 증가 폭이 14개 분기 만에 최소로 쪼그라들었다. '재화 소비' 지표인 소매판매 지수는 10개 분기 연속 감소(-1.9%) '역대 최장' 감소 기록을 다시 썼다.

◇ "3분기 소비 좋았다는 해석은 잘못…재화소비 더 안 좋아"
부진한 3분기 소매판매·서비스업 지표는 한국은행이 지난 달 24일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GDP) 민간소비와 온도 차가 있다.
3분기 민간소비는 직전 분기와 비교해 승용차·통신기기 등 재화와 의료·운수 등 서비스 부문에서 모두 늘면서 0.5% 증가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분기 GDP 성장 강도가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면서도 "3분기 내수는 반등"했다고 평가했다.
직전 분기 대비 '반등'에도 1년 전보다는 여전히 소비 지표가 부진하다는 것은 그만큼 최근 소비 회복세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실장은 "3분기 GDP에서 민간소비 좋았던 것은 2분기 마이너스에 대한 기저효과 측면이 있다"라며 "소비가 좋았다는 해석은 애초에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미약한 내수 회복세는 경기 지표가 수개월째 상승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현재 경기 흐름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7개월째 보합 혹은 감소하며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9월 동행종합지수는 7개 구성 지표 중 건설기성(-0.8)·소매판매(-0.2) 등 내수 관련 지표가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전달보다 0.1포인트(p) 하락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소매판매는 전 분기 대비로도 줄었고 전년동기로도 줄어서 더 안 좋게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다시 소비 제약할 수도
점점 짙어지는 대외 불확실성은 경기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이는 미처 회복하지 못한 소비를 더 억누르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은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지난 31일 발표한 '미국 통상정책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우리나라 수출액이 최대 61조7천억원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장기화하는 중국의 경기 불황 역시 수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 악재가 될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은 중국 경기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는 대선 기간 중국산 제품에 60%에 달하는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반복해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완제품의 대미 수출이 줄면 중국에 중간재를 수출하는 우리나라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공급망 연계성을 고려한 대중 수출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트럼프 뜻대로 관세가 인상되면 한국의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이 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대중 수출 연계 생산은 중국의 생산 활동이 한국의 생산을 얼마나 유발하는지 나타내는 지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실장은 "소비가 회복되려면 모멘텀이 필요한데 연말까지 그런 것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정규철 KDI 실장은 "금리가 인하 사이클로 접어들었고 그동안 좋았던 수출의 효과가 파급되면 내수 여건 자체는 괜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최근 강한 대출 규제 등이 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roc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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