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샷' 시상식, 라마포사 대통령 회동…'소프트 외교' 본격행보
(런던·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지연 유현민 특파원 = 윌리엄(42) 영국 왕세자가 환경보호 시상식을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을 찾아 본격적인 '소프트(soft) 외교' 행보에 나선다.
왕세자 측인 켄싱턴궁은 왕세자가 4일(현지시간) 케이프타운에 도착해 나흘간 머물며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과 만나고 글로벌 야생동물 회의와 연례 어스샷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방문의 주목적인 6일 밤 어스샷 시상식에서는 환경 분야에서 혁신적인 문제 해결 방안을 제시한 5개 단체에 120만 달러(약 16억원)의 상금을 수여한다.
어스샷은 윌리엄 왕세자가 2020년에 만든 환경 분야 상으로 지구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 아이디어에 수여된다.
윌리엄 왕세자는 시상식을 통해 지구 온난화에 가장 적게 영향을 미치지만 기후 변화에 취약한 15억 인구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환경운동에 참여하는 젊은이들에게 영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젊은 환경운동가, 현지 어부들과 간담회 등의 일정도 소화한다.
유엔에 따르면 현재 남부 아프리카는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가뭄과 기아 위기를 겪고 있으며 2천700만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케이프타운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함께 럭비를 연습하는 일정도 마련됐다.
이번 방문에 케이트 미들턴 왕세자빈은 동행하지 않는다.
윌리엄 왕세자는 아프리카 대륙과 인연이 깊다.
어머니인 고 다이애나 왕세자빈이 1997년 프랑스 파리에서 교통사고로 숨진 뒤 어린 시절 아프리카를 여행했다. 아내 케이트 왕세자빈과는 2010년 케냐의 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약혼했다. 또 2018년 나미비아 방문 기간에 어스샷을 구상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윌리엄 왕세자는 성명에서 "아프리카는 10대 시절 위안을 얻었던 곳이자 아내에게 청혼했던 곳이고 가장 최근에는 어스샷을 창설한 영감의 원천"이라며 "항상 내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윌리엄 왕세자의 이번 남아공행을 두고 더타임스 등 영국 매체들은 소프트 외교에 나서는 글로벌 '정치적 인사'(statesman)로서 행보에 주목했다.
왕세자는 5일 라마포사 대통령 관저에서 라마포사 대통령과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 로널드 라몰라 남아공 외무장관과 함께 45분간 회동할 예정이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켄싱턴궁 대변인은 이번 남아공 방문을 "왕세자가 글로벌 정치가로 진화하는 또 하나의 예"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왕세자의 아버지 찰스 3세(75) 국왕은 2022년 11월 즉위 후 첫 국빈으로 라마포사 대통령을 버킹엄궁에 초청했다.
앤터니 필립슨 주남아공 영국 고등판무관은 이번 왕세자 방문에 대해 "5월 말 남아공 선거와 정부 구성 이후 양국간 최고위급 관여"라며 "우리는 이를 양국에 역사적 순간이었던 2022년 국빈 방문의 후속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hyunmin623@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