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1천400만명 세계최악 인도적 위기…한국 안보리 비상임이사국으로 중요 역할"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아미라 아가립 주한 수단대사는 수단 내전으로 인한 인도적 참상이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의 민관 구호 지원에 고마움을 나타냈다.
아가립 대사는 4일 서울시 용산구 수단대사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수단 내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이 살인, 주민의 강제 이주, 성적 학대를 포함한 전쟁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며 "수단 정부는 국제사회가 RSF를 신속하게 규탄하고 조처할 것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범죄들에 대한 국제사회의 침묵은 틀림없이 범죄를 지속하게 할 것"이라며 "유엔은 수단 문제를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보다 훨씬 크고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인도적 상황으로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러시아의 침공으로 2년 반 넘게 이어지는 우크라이나 전쟁, 작년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가자지구 전쟁에 비해 수단 내전이 국제적 주목을 크게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이다.
아가립 대사는 수단에서 내전으로 민간인이 1만5천명 이상 피살된 것으로 알려졌고 피란민이 1천400만명 이상 발생했으며 어린이 900만여 명이 분쟁 지역의 최전선에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산하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수단 인구의 절반 이상인 2천500만명 이상이 현재 심각한 식량 불안정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 가운데 75만5천명은 재난적 상황에 직면해있다.
그는 "수단과 한국 정부의 관계는 역사적으로 굳건하다"며 "한국 정부가 이 어려운 시기에 수단 사람들을 돕기 위해 900만 달러(약 124억원)를 지원하기로 한 약속을 지킨 점에 감사하다"고 언급했다.
한국 정부의 지원은 WFP, 국제이주기구(IOM) 등 유엔 기관을 통해 이뤄졌다. WFP는 지난 10월 9일 보도자료에서 한국의 150만 달러 지원에 큰 사의를 표하면서 표하면서 수단 내전 지역에 식량과 영양을 지원하는 데 생명의 단비라고 평가했다.
국제사회는 올해 4월 프랑스 파리에서 프랑스와 독일, 유럽연합(EU)이 공동으로 주최한 회의를 통해 수단의 인도적 위기에 20억 유로(약 3조원) 이상 기부하기로 약속했다.
또 아가립 대사는 한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비상임 이사국으로 RSF를 규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안보리는 올해 6월 황준국 주유엔 대사 주재로 공식회의를 열고 수단 정부군과 내전 중인 RSF에 수단 서부 도시 알파시르에 대한 봉쇄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아가립 대사는 한국 내 세이브더칠드런을 비롯한 비정부기구(NGO)들이 수단 지원에 약 2천만 달러(약 275억원) 상당의 기부를 약속한 데 대해서도 감사했다.
수단은 1956년 영국과 이집트의 식민지 지배에서 독립한 뒤 잦은 내전과 정치적 불안을 겪었다. 수단 군부는 2019년 쿠데타를 일으켜 30년간 집권한 독재자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축출했다.
이후 군부와 시민사회의 협력으로 과도정부가 들어서 민주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으나 군부는 2021년 과도 정부를 무너뜨리고 권력을 장악했다.
정부군을 이끄는 압델 파타 알부르한과 준군사조직이었던 RSF의 수장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사이에 정국 주도권을 쥐려는 세력 다툼이 격렬해지면서 지난해 4월 결국 내전으로 번졌다.
AFP 통신에 따르면 RSF가 지난 3일 수단 수도 하르툼 남쪽에 있는 알자지라(게지라)주 동부 알힐랄리야 마을에서 발포해 민간인 13명을 숨지게 하는 등 총성이 멈추지 않고 있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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