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기회] ② 배터리 IRA 수혜 휘청하나…긴급회의 열고 대책 논의

입력 2024-11-07 14:00  

[위기와 기회] ② 배터리 IRA 수혜 휘청하나…긴급회의 열고 대책 논의
IRA 전면 폐지 가능성 낮아…"제한적 조치일 듯…보조금 큰 변동 없을 것"
대중국 제재로 반사이익 기대감도…美 정책 발표 후 북미공장 증설 계획 검토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한지은 기자 = 미국 공화당 소속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따라 국내 배터리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트럼프 당선인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면 폐지, 연비 규제 폐지 등 에너지 시장과 대립하는 공약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국내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규제가 추진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오히려 대중국 제재로 인한 반사이익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부 배터리 기업은 이날 오전부터 '트럼프 2기 정책 방향성 논의 및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 등을 열고 분주히 대책 마련에 나섰다.
배터리 업계는 오는 8일 통상교섭본부장 주관, 오는 13일 산업부 장관 주관 간담회에 참석해 미국 대선과 관련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논의할 예정이다.
배터리 업계는 그간 IRA상 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을 받기 위해 미국 현지에 조 단위 투자하며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려왔다.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따른 업계 전반의 불황에도 AMPC는 배터리 업계의 영업익을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올해 3분기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4천660억원, SK온은 608억원의 AMPC를 받았다. 두 기업 모두 AMPC를 제외하면 사실상 적자다. 삼성SDI도 내년부터 AMPC 규모가 본격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그간 트럼프가 IRA에 대해 '녹색사기'라고 비난하면서 폐기를 공언한 만큼 트럼프 재집권으로 업계 안팎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IRA 수혜 규모가 축소되면 배터리 수요가 위축되고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배터리를 구성하는 핵심소재 수요도 둔화할 것으로 전망돼 국내 배터리 기업과 함께 미국에 동반 진출한 소재 기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트럼프 재집권에도 IRA 전면 폐지는 실현 가능성이 작을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의회에서 통과된 법을 폐지하려면 의회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른바 'IRA 수혜주'들의 연방 상하원 의원 대부분은 공화당 소속이기 때문이다.
이미 공화당 내에서 하원 의원 18명과 의장이 공개적으로 IRA 폐기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인 만큼 IRA 전면 폐기를 강행하기는 쉽지 않다.

SK온은 지난 4일 3분기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재집권하더라도 IRA 전면 폐지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며, 보조금 대상 차량 축소나 보조금 예산 제한 등 제한적인 조치가 오히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배터리 업계는 이미 주요 완성차업체(OEM)와의 계약 과정에서 IRA 보조금 축소 또는 폐지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1일 "LG에너지솔루션뿐만 아니라 모든 회사가 미 대선 시나리오에 대해 준비하고 있고, 잘 대응하려고 한다"며 "보조금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반대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면 오히려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CATL, BYD(비야디) 등이 빠르게 시장을 확대하는 가운데 미중 제재 강화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점유율을 가져올 수 있다는 시선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트럼프 집권 이후 정책 기조를 지켜보되 친환경 전환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중장기적 시점에서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IRA 세제 혜택 감소 우려가 있기는 하지만, 대중국 제재로 미국에서 태양광 수직 계열화를 진행 중인 국내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한화솔루션은 "신재생 에너지 시장의 축소를 감수하고 무역장벽을 형성할 트럼프 2기가 한화솔루션 사업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바라봤다.

증권가의 시선도 다르지 않다. NH투자증권은 이날 트럼프 재집권에 따른 이차전지 산업의 전망과 관련해 "종전 IRA 체제를 바꾸지는 못할 가능성이 높다"며 '조정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했다.
배터리 업계는 IRA 수익에 의존하지 않는 사업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 구조적 원가 경쟁력 확보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존 북미 공장의 캐파(생산능력) 속도 조절 및 가동률 극대화 등 리밸런싱 작업을 가속화하고, 애리조나 공장 등 신규 생산 거점 양산 준비는 효율성을 높여 추진한다.
분리막을 생산하는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가 가닥 잡히는 내년 초 신공장 증설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SKIET 관계자는 "IRA이 전면 폐지되지 않는 이상 북미 신공장 증설은 그대로 추진될 것"이라며 "정책 변화에 따라 신공장의 거점 도시나 생산 규모 등은 변동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writer@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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