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총리 협조 요청 거부…"당장 신임투표 해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중도좌파 연립정부 내 소수파인 자유민주당(FDP) 소속 각료 3명이 7일(현지시간) 공식 해임됐다. 이에 따라 이른바 신호등 연정이 3년 만에 해체되고 사회민주당(SPD)과 녹색당의 적녹 연정이 임시로 꾸려졌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올라프 숄츠 총리(SPD)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후 크리스티안 린드너(재무), 마르코 부슈만(법무), 베티나 슈타르크바칭거(연구교육) 등 장관 3명을 해임했다.
FDP 소속 장관 4명 가운데 폴커 비싱 교통장관은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내각에 남기로 했다. 그는 앞서 당내에서 신호등 연정을 떠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반대 의견을 냈다.
새 재무장관으로 숄츠 총리의 경제고문 외르크 쿠키스가 임명됐다. 비싱 장관이 법무를, 녹색당 소속 쳄 외즈데미르 농업장관은 연구교육장관을 겸임하기로 했다.
FDP가 탈퇴하고 연정에 남은 SPD와 녹색당의 합계 의석수는 324석으로 전체 733석의 절반에 못 미친다. 내년 1월 15일 자신에 대한 신임투표를 의회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숄츠 총리는 이날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를 만나 내년도 예산안과 각종 법안 표결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메르츠 대표는 다음 주 초반 총리 신임투표를 하지 않으면 협조할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는 차기 총선에서 CDU와 자매정당 기독사회당(CSU)의 공동 총리 후보로 일찌감치 선출된 상태다.
CDU·CSU 연합의 의석수는 196석이다. 중도우파지만 과거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시절을 비롯해 여러 차례 SPD와 좌우 대연정을 꾸린 적이 있다.
신호등 연정 붕괴를 촉발한 린드너 전 장관도 이날 "정치적 책임에는 민주주의에 해를 끼치지 않는 공적 태도 역시 포함된다"며 즉각 신임투표와 조기 총선을 주장했다. 경제정책 노선을 두고 연정 주류파와 갈등을 빚은 그는 전날도 숄츠 총리를 만나 내년 1월로 총선을 앞당기자고 요구했다가 해임됐다.
숄츠 총리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리는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 오는 11∼12일 참석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하고 야당 설득에 주력하고 있다. 총리 연임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그는 예산안을 비롯한 현안을 해결한 뒤 신임 투표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숄츠 총리 계획대로 내년 1월 투표에서 의회 신임을 확인하더라도 야당 협조 없이는 정상적인 국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불신임 되면 총리가 대통령에게 요청해 의회를 해산하고 60일 안에 총선을 치를 수 있다. 숄츠 총리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내년 3월 새 선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독일에선 총리 신임투표는 총리 자신만 발의할 수 있다.
옛 서독 시절인 1972년 빌리 브란트부터 2005년 게르하르트 슈뢰더까지 모두 다섯 차례 이뤄졌다. 슈뢰더 전 총리는 2001년 아프가니스탄 파병 문제를 자신의 신임 여부와 묶어 표결에 부친 끝에 파병을 관철했다. 그는 2005년에도 정국 돌파구를 마련하려고 의회 불신임을 자청해 총선을 앞당기는 데 성공했으나 막상 총선에서 패배해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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